이번에는 불똥이 국내로 옮겨 붙었다.
국내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주시의 대상이다. 열흘여 전, 예기치 못한 전력계통의 고장으로 가동이 전격 중지된 것이다. 단순한 부품결함 때문이라는 해명에도 국민이 받아들이는 의구심은 그 이상이다. 안전장치를 두루 갖췄다는 후쿠시마 원전이 순식간에 통제불능 상태에 처하는 장면을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지켜본 마당이다.
고리 1호기가 지난 2007년까지 30년의 가동수명을 채우고 10년을 더 늘려 가동을 허가받았다는 점도 우려를 증폭시킨다. 수명 연장에 필요한 안전성 평가에서 규정상의 파괴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고장 원인을 따지고 재가동 시기를 결정하는 차원을 넘어 근본적인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하다.
여기에 내부적으로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고리 3호기를 정비하면서 다른 전력선을 건드려 4호기의 전원이 차단된 엉뚱한 사례가 그렇다. 그것도 원전의 안전문제로 온통 떠들썩한 이 시점에서 그랬으니 말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으리라고 걱정할 수밖에 없다.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이 지나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앞서의 고장이나 실수가 정말로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사고가 터지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에도 미국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에서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사고(1979년)가 발생했고, 옛 소련의 체르노빌에서도 원전폭발 참사(86년)가 일어났다. 내일로 체르노빌 참사는 정확히 25주년을 맞는다.
원전 덕분에 전력이 값싸게 공급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 결과 집안에서 밤낮으로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데다 산업시설도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눈앞에 보이는 위험요인을 그냥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원전 격납고에 비행기가 부딪쳐도 끄떡없다는 식으로 안심시킬 수 있는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원전 마피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도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투명한 정책이 요구된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