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일본에 대해 막연한 동경심이 있었다. 일본을 옛날부터 ‘태양이 솟아나는 땅’이라는 뜻의 부상(扶桑)이나 동영(東瀛)으로 부른 것은 이런 동경과 무관하지 않았다. 이런 관심은 연구 열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의 경우 매년 일본 청서(靑書)를 발간할 정도의 권위를 자랑한다. 또 일본 전문 연구 학자들도 수 만여 명을 헤아린다. 이들이 수십 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지난 세기 말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일본은 중국이 넘을 수 없는 초일류 국가’라는 사실이었다.
하기야 일본이 아무리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는 상황에 처했어도 여전히 중국이 정면 승부하기에는 버거운 상대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더구나 중국은 1979년부터 해마다 최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엔 차관을 받던 수혜국이었다. 그러나 이후 중국은 엄청난 발전을 했다. 반면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들먹여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 와중에 동일본 대지진도 덮쳤다. 2류 국가 운운은 일본에서조차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중국에서도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논쟁의 포화는 칭화(淸華)대학의 위안강밍(袁鋼明) 교수가 열었다. 지난 13일 베이징대학 랑룬위안(郞潤園)에서 열린 ‘일본 경제 전망 심포지엄’에 참석, “동일본 대지진은 ‘잃어버린 20년’에 들어간 일본 경제에 대 타격을 줬다. 일본 경제는 재기불능이 됐다. 일본은 이제 2류 국가가 될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제는 당시 심포지엄의 분위기가 그의 견해에 꽤 수긍하는 쪽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일반 지식인들도 런민르바오에 이 내용이 보도됐을 때 그다지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물론 아직도 중국 내에는 중화궁상스바오(中華工商時報) 류산(劉杉) 부편집장처럼 “일본은 지진을 계기로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해 재검토를 시작했다. 개혁을 추진할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오피니언 리더들도 적잖다. 때문에 앞으로 일본의 2류 국가 전락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은 본격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 논쟁에서 논리적으로 누가 우위를 점할 것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라이벌 국가의 미래를 놓고 학문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중국의 일본 연구수준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패하지 않는다는 불후의 진리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에 중국이 일본의 2류 국가 전락 가능성에 대해 이제 당당하게 논쟁할 정도로 자신을 가지게 됐다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부러움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베이징=중국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