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 둥지를 튼 후로 벌써 두 번째 학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님들 저명한 초청 연사들 그리고 다양한 배경을 갖고 이곳에 모여든 외국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케네디 스쿨에 오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공공정책분야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고 필자 역시 이곳에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하기 위해 와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케네디 스쿨이라 하면 정치인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공공정책이 활용되는 분야는 국제기구, 정부, 정당, 그리고 NGO등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다. 케네디 스쿨의 미국학생들은 이렇게 다양한 기구들로 활발하게 진출하게 되지만, 우리 한국을 비롯한 외국 유학생의 경우 이런 기회가 상당히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 학생들은 졸업 후 많은 수를 중앙정부에서 흡수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빈자리가 도대체 나오지 않는다든지 하는 식이다. 그래서 결국 공공분야에서 일을 하겠다는 열정을 품고 입학했지만 졸업 후에는 스스로의 열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민간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 등 서양과 다른 우리의 인재등용 시스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치 과거시험을 보는 것처럼 고시를 통해서만 인재를 뽑는 제도 속에서는 창의적인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미국에서도 학생들이 소위 스펙 관리라는 것을 한다. 외교관이 되고 싶으면 여러 해 동안 해외봉사활동 경험을 쌓기도 하고 외무부에서 인턴을 해 보기도 하는 식이다. 왜냐하면 이곳에서는 스펙쌓기가 절대 요식행위가 될 수 없고, 이런 스펙을 인정해 주는 인재등용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중앙 부처 공무원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그들이 얼마나 뛰어난 인재들인지 그리고 얼마나 헌신적으로 국가를 위해 일하는지를 목격했다. 하지만 더욱 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외부의 인재를 끌어들여 신선함과 긴장감을 더해줄 수 있는 인재 정책이 필요하다.
/하버드대 공공정책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