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도시 브레멘 하면 우린 ‘브레멘 음악대’를 떠올린다. 늙고 기운이 없자 이젠 소용이 없게 됐다고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당나귀, 개, 고양이 그리고 수탉이 한데 뭉쳐 브레멘으로 떠나게 된다. 이들은 그곳에서 더는 주인의 억압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면서 음악대가 되고자 한다.
가던 길에 이들 네 친구들은 도둑들이 장물을 나누고 있던 어느 작은 집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각기 내는 소리와 공격으로 도둑들을 모두 몰아내고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게 된다. 천대받고 추방당한 존재들이 도둑이 지배하는 세상을 청산하고 그 스스로가 주인이 돼 자유와 예술을 누리며 살고 싶은 열망이 담긴 이야기다.
브레멘 음악대의 음악은 봉건의 역사를 넘어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브레멘은 3세기 당시 독일 북부 해상무역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한편 남쪽 내륙으로 내려오면 하멜른이 있다. 이곳은 중세의 시기에 제분공장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제분공장이 있는 곳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쥐였다.
14세기 중엽 유럽은 페스트로 한 시대가 정지된 것 같은 상황에 처한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그보다 앞선 1280년 경 하멜른이 겪은 쥐의 습격과 관련한 전설이다. 페스트 이전에 이미 쥐는 도시의 공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하멜른에 나타난 유랑 악사가 쥐 사냥꾼이라고 밝히자 사람들은 그를 환영한다.
약간의 보수만 주면 쥐를 모두 퇴치해주겠다고 약속했고, 계약이 성립하자 이 악사는 피리를 꺼내 분다. 순간 온 거리의 쥐라는 쥐는 모두 그의 뒤를 따라 강물 속으로 들어가 죽는다. 그러나 하멜른 사람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이에 화가 난 악사는 다시 피리를 꺼내 불었고 아이들이 모두 그 뒤를 따라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하멜른은 신의가 없는 도시였다. 아이들의 실종사태는 그런 곳의 미래는 없다는 경고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실종이 아니라 그 어디에선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려는 이들의 탈출이기도 하다. 이 유랑 악사의 피리소리는 그런 까닭에 브레멘의 음악대가 내던 소리와 닮아 있다. 낡은 시대를 뒤로 하고 새로운 역사를 세우려는 의지가 그 안에 담겨 있다. 우리에게도 혹 어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없을까?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렸다고 구속시키는 나라라서 어떨지 모르겠다.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