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기술 대국 중국은 원전에 관한 한 후진국에 속한다.
가동 중인 원전이 13기에 불과하다. 한국의 20기보다 적다.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말할 것이 없다. 한국의 36%와는 비교도 안 되는 1% 남짓이다. 기술 역시 명함을 내놓기 좀 그렇다. 선진국들은 3~4세대 기술로 원전을 신규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으나 중국은 아직도 2세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현재 계획 중인 원전의 수에서 주변 국가의 입을 다물게 만든다. 2020년까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원전 대국으로 올라선다는 계획 아래 41기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 역시 최근 최신형 원자력 발전 기관인 웨스팅하우스의 AP 1000을 도입,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놓고 있다.
여기에 차세대 미래 혁신 원자로인 핵융합 기술까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중국이 원전 선진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이 환경과 에너지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최선의 길이 원전의 건설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데 있다. 아무리 차세대 기술로 건설한다 해도 안전성 문제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중국이 대재앙을 몰고 올지 모를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여기에 건설을 추진 중인 원전의 상당수가 중국의 동해안, 특히 한국과 가까운 산둥(山東)반도 일대에 들어설 것이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최악의 경우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의 원자력 기술은 AP 1000 기술을 도입하고 핵융합 원전 건설까지 가능하다고는 하나 아직 검증됐다고 하기 어렵다. 또 크고 작은 사고 다발 국가, 짝퉁 국가라는 이미지도 주변 국가로서는 부담스럽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국이 후쿠시마 지진에 따른 원전 사고에 놀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태 직후인 3월 16일 원자바오 총리가 국무원 상무위원회 석상에서 “새로운 안전 규정이 마련될 때까지 신규 원전에 대한 허가를 중단한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기본적 원칙은 크게 변할 것 같지 않다. 중국의 동해안을 비롯한 대륙 전역이 향후 아차 잘못 했다가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몰고 올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남의 집안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그러나 이웃으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 얘기는 달라진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한국과 중국, 일본이 원전 문제와 관련한 각종 정보 교환과 사고 발생 시 대책을 논의하는 정례 관계자 회의를 신설하는 것은 과연 어떨까 싶다. 체르노빌의 대재앙을 생각한다면 그게 3국 모두에게 나쁠 것은 없다.
/중국 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