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회사들이 지난 1분기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한다. 치솟는 휘발유값에 온통 아우성을 치는 상황에서도 은근히 실속을 차린 것이다. 아쉬운 대로 휘발유를 덜 쓰면 그뿐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여파가 다른 품목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만큼 휘발유 가격은 서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가 휘발유값 단속에 나선 것도 그런 때문이다. 정유사들도 일단 거기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히긴 했지만, 결과는 그렇게 시원치가 않다.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산유국들의 정세불안으로 휘발유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는 해도 우리의 기름값은 세계 각국과 비교해서 가장 비싼 편이다.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945원으로, 갤런(3.8리터)에 4.2달러 안팎인 미국과 쉽게 비교가 된다. 리터당 대략 700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휘발유값을 내린다는 발표가 있더라도 동네 주유소에서 가격이 내리려면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덩달아 큰 폭으로 오르면서도 내릴 때는 대체로 찔끔하고 시늉에 그치는 것도 여간 탐탁지 않다. 이제 소비자들도 웬만하면 주변의 주유소 기름값은 물론 국제시장 동향에도 민감해진 마당이다.
휘발유 가격구조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정부가 걷어가는 세금이 무려 50%에 이른다. 관세를 비롯해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등 항목도 수두룩하다. 여기에 최종 공급가의 10%가 부가세로 추가로 매겨진다. 국제시세에 따라 휘발유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세금으로 걷어가는 액수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재정수입을 충당해야 하는 정부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 자체의 문제는 심각하다.
이런 와중에서도 정유사들이 최대 실적을 올렸다는 것이니, 소비자들만 고스란히 고유가의 희생양이 됐다는 얘기다. 국제시세가 오르기 전에 들여온 기름도 비싼 값으로 소비자들이 떠안았다. 정부가 말로만 생색을 내고, 정유회사들이 실속을 차리는 사이에 소비자들만 봉이 되고 있는 셈이다. /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