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했다. 명지학원 이사장 시절 횡령과 배임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구속집행을 앞두고 사무실에 들러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지난 3년 동안 민선 총재로 월급 한푼 없이 야구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점을 알고 있는 야구인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재판과정에서 공정한 심판을 받겠지만 유 총재는 야구계에서는 업적을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광주의 신축구장 건설을 이끌어냈다. 문화관광부를 설득하고 토토자금과 KIA 그룹의 사상 첫 직접 투자도 이끌어냈다. 대구의 신구장 건설도 지원했다. 4~5년이 지나면 전국에 3만 구장이 모두 들어서는 것으로 1000만 관중으로 가는 길을 닦은 셈이다.
또 하나는 기존 8구단을 10구단 체제로 확대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구단들을 설득해 9구단 엔씨소프트를 선정했고, 10구단을 적극 유치하는 과정에서 낙마했다. 그럼에도 유총재의 밑그림은 10구단 출범의 설계도가 될 것이다.
그는 일하는 총재였다. 매일 야구회관에 마련된 집무실에 출근했고, 직접 현안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챙겼다. 앞선 총재들과는 전혀 다른 업무 스타일 때문에 KBO 직원들이 초반 적응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그는 술도 마시지 않고 골프도 즐기지 않는다. 야구에 올인하는 총재였다. 지난 3년 동안 야구계의 위상도 그만큼 높아졌다.
요즘 후임 총재 인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벌써 정치권에서 낙하산 인물이 낙점될 것이라는 설이 돌고 있다. 그러나 낭설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야구계는 힘깨나 쓰는 정치인이 필요한 곳이 아니다. 그들 없이도 야구계는 잘 돌아가고 발전한다는 것을 유총재가 충분히 보여줬다. /OSEN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