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은 2006년 공식적으로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새로운 분류법에 따라서 왜소행성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미국의 몇몇 천문학자들을 중심으로 명왕성을 행성으로 복귀시키려는 움직임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명왕성을 사랑하는 미국의 아마추어천문가들이나 꼬마 아이들도 이 대열에 합류해서 천문학 관련 단체에 명왕성의 복귀를 탄원하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명왕성의 천체물리학적 특성이 아직도 많은 부분 알려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핵심적인 이유는 (특히) 미국인들의 정서적인 집착에 있는 것 같다. 옛날부터 그냥 눈에 보였던 행성들을 제외하고 남은 것들 중 천왕성과 해왕성은 유럽의 천문학자들이 발견했다. 오직 명왕성만이 1930년에 미국인 톰보우에 의해서 발견됐다. 명왕성은 발견 당시부터 많은 의문과 논란에 휩싸였지만 미국인이 발견한 유일한 행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미국인들의 자부심이 명왕성에 투영되면서 이런 집착이 생긴 것 같다.
최근에 명왕성의 특성에 대한 흥미로운 관측 결과가 하나 보고됐다. 명왕성의 대기를 하와이에 있는 한 전파망원경을 사용해서 관측했는데 일산화탄소가 발견됐다. 명왕성에 대기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 일산화탄소의 스펙트럼이 적색이동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로부터 멀어져가는 방향으로 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혜성이 태양풍의 영향으로 부풀어 올라서 태양 반대 방향으로 꼬리를 만드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명왕성 크기의 4배에 달하는 지역까지 일산화탄소가 뻗쳐있는 현상, 즉 혜성의 꼬리 같은 것이 명왕성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관측 결과가 맞는다면 명왕성은 이제 행성뿐 아니라 왜소행성의 지위에서도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명왕성이 앞으로는 어쩌면 한 때 행성이었고 또 잠시 왜소행성이었던 커다란 혜성 중 하나로 기억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