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의 올 시즌은 또 한번 실패로 돌아갔다. 라이벌인 FC바르셀로나에 밀려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물거품이 됐다. 메인 디쉬는 다 놓치고 사이드 메뉴라 할 수 있는 코파 델 레이 트로피만을 들었다. 바르셀로나를 뛰어 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레알은 벌써 팀 전력 보강을 시작했다. 레알의 첫 번째 선택은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끈 중앙 미드필더 누리 사힌이다.
올해 만 22세의 사힌은 이미 전반기에 분데스리가 선수들이 뽑은 최고의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레알은 사힌과 무려 6년이라는 초장기 계약을 했다. 그가 지닌 잠재력과 기술을 주목하고 2년 전부터 시작된 팀 리빌딩의 중요한 기둥 중 하나로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사힌의 이적을 놓고 엉뚱한 데서 잡음이 일고 있다. 바로 독일과 터키의 자존심 싸움이다. 사힌은 터키계지만 독일에서 태어나 분데스리가의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했다. 레알에는 사힌과 흡사한 성장 과정을 지닌 메수트 외칠이 이미 와 있다. 외칠 역시 터키계다. 세계 최고 클럽의 중원을 이끌 사힌과 외칠 두 선수가 독일 축구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이냐, 아니면 터키 혈통의 재능을 입증하는 것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터키는 20세기 초부터 많은 이주민들이 독일로 건너가 노동력을 제공했다. 그들의 2세, 그리고 3세가 독일 사회에서 교육받으며 성장했고 축구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터키계 독일인들의 선택은 엇갈리고 있다. 자신의 혈통을 따라 터키 대표팀을 택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성장 배경을 쫓아 독일 대표팀으로 가는 선수가 있다. 실제로 외칠은 독일 대표팀, 사힌은 터키 대표팀에서 뛴다.
터키계 독일 축구는 역사와 사회의 교차가 낳은 흥미로운 돌연변이다. 이제 레알의 중원을 지배하게 된 그들이 과연 세계 최강이라는 바르셀로나마저 넘어설 수 있는 저력을 보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