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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인생은 누구에게나 원본이다.

로마는 그리스를 베낀다. 원본은 창조적이었고 그걸 본뜬 카피는 단순 복제에 불과하다고 여기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로마의 문명 속에서 그리스는 새롭게 자신을 드러낸다. 원본은 훌륭하고 복제품은 그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다. 복제 자체가 갖는 다른 가치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 가치란 그걸 베낀 안목과 손재주가 도달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노고와 문명의 발전과정이다. 그래서 카피는 문명의 진화과정에서 언제나 일어나는 필연이다.

그런데 ‘그리스 비너스 조각의 원본은 사실 그 조각 이전에 비너스가 된 모델이다. 그러니 그리스 조각 자체도 이 원본의 카피인 셈이다. 이 세상에 복제는 없다, 모든 것이 원본이다’라고 작가 제임스 밀러는 자신의 저자 사인회에서 쏟아놓는다. 영화 속의 장면이다. 예술품 가게를 하는 한 여인이 독자로서 그를 만나게 된다. 하루 동안 이탈리아 투스카니에 온 영국인 작가는 이 프랑스 출신 여인과 주변 관광을 하게 되고 두 사람은 어느 사이에 마치 부부처럼 서로 대화하면서 자신의 속에 있던 감정과 인생의 사연을 나누게 된다.

관객은 어느 시점에선가 갑자기 혼란스러워진다. 본래 두 사람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서로 뻔한 거짓말인줄 알면서 상황극을 즐기고 있는 것인가? 어느 것이 원본이고 어느 것이 복제품인지 헷갈리는 식으로, 두 남녀는 결혼 15년이 됐지만 언제부터인 지 사랑이 식고 추억이 흐려진 사이에서 벌어질 법한 갈등과 아픔을 주고받는 관계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은 어느 사이에 바로 그 두 사람이 된다.

고전적 품격을 지닌 한 영국 남자의 우유부단, 프랑스 중년 여자의 고독과 사랑에 대한 갈증 그리고 이탈리아의 매혹적인 풍광이 어우러지면서 우리는 언어조차도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가 뒤섞이면서 펼쳐지는 현란한 사랑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감독은 ‘체리향기’로 유명한 세계적 거장인 이란 출신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여주인공은 총명한 연기자 줄리엣 비노쉬, 남자주연은 영국이 자랑하는 오페라 배우 윌리암 쉬멜. 원제는 ‘공인된 복제본(Certified Copy)’이나 국내에서는 ‘사랑을 카피하다’로 번역된 작품이다.

우린 자기도 모르게 누군가를 베끼고 산다. 그러나 그건 카피가 아니라 그 자체로 원본일 수 있다. 문제는 뭘 베끼고 있는가이다.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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