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달 들어 출산·보육과 관련해 두 차례 ‘의미 있는’ 조치를 발표했다. 2일에는 ‘만 5세 공통과정 도입’ 시행계획을, 13일에는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전환, 육아기 근로시간 청구권 등을 골자로 한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2일의 시행계획은 현재 이원화된 교육과정과 어린이집 표준보육과정을 ‘만 5세 공통과정’으로 일원화해 내년 3월부터 모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5세 아에게 똑같이 가르치겠다는 내용이다. 의무교육이 사실상 현재 9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젊은 부부의 사교육비와 보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저소득층과 맞벌이 부부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13일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확정한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후속조치로 나왔다. 이르면 내년부터 배우자 출산휴가가 무급에서 유급으로 전환되고 최장 5일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근로자가 육아기에 근무시간 단축을 청구할 수 있고, 기간제·파견제 근로자도 육아휴직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은 것 같다.
여러 조사에서 보듯, 결혼 및 출산을 기피하는 첫 번째 이유는 고용과 소득 불안정이다. 취직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은 결혼을 기피하거나 결혼시기를 늦춘다. 취직 후에도 고용 불안에 떠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저임금 노동자가 많다. 결혼 후에는 치솟는 물가와 전셋값에 허덕이고, 맞벌이 부부는 보육시설 부족과 비용에 운다. 크면 사교육비에 진저리를 친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85% 이상의 고용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하면 한층 더 염려된다. 최근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은 인력 및 경영사정의 한계로 인한 ‘여성고용기피 현상’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일련의 출산율 제고 정책들이 자칫 잘못하면 기업의 비용부담 증가와 여성고용 기피로 이어져 고용 활력을 약화시키는 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배우자는 물론 산모조차도 ‘출산휴가’라는 말조차 꺼내기 힘들거나, 아예 꺼낼 수 없는 경우가 우리 주위에는 부지기수다. 고용현실을 반영한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과 보완책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