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위기에 봉착한 건설사들이 제 살 깎아먹기 식의 할인분양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침체에 장사는 없었다. 대기업들마저 파격에 가까운 할인분양에 앞장서고 있다. 당장 1분기 실적하락이 심각한데다 다음달 건설사 4차 구조조정까지 앞두며 부실을 떨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GS건설은 최근 용인 마북동 ‘구성자이 3차’를 최대 1억2300만원까지 할인 분양했다. 고양시 일산 식사지구에 분양중인 ‘일산 자이’ 역시 조건을 크게 변경해 특별분양 중이다. 계약금의 5%, 중도금 15%만 납부하면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발코니 무료확장에 풀옵션까지 무상 제공한다.
삼성건설도 고양 원당의 ‘래미안 휴레스트’를 최대 1억5000만원 할인 분양했다. 대형건설사로서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의 경우 이익을 거의 포기하는 수준으로 할인해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중견 건설사들도 분양가를 1억원 가까이 떨어뜨렸다. 워크아웃 중인 대우차판매는 안양의 ‘대우 이안’ 미분양 물량을 25%가량 내려 할인 분양했다. 대형인 122㎡의 경우 1억8200만원이나 내린 5억460만원에 판매됐다.
대형 건설사까지 할인분양에 나선 건 업계 전반에 만연한 위기감을 대변한다. 할인분양에 적극적인 GS건설의 경우 1분기 영업실적에서 다급함이 유추된다.
GS건설은 1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0.69% 증가한 1조908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7.76%나 감소한 844억원으로 나타났다. 순이익 역시 825억원으로 13.64%나 줄었다. 이에 대해 GS건설 측은 “주택 관련 리스크를 선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해명했다.
빅모델의 향연장이던 아파트 광고시장에서 이영애(GS건설), 김태희(대우건설), 고소영(현대건설) 등 톱스타가 줄줄이 하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시장 전망이 안갯속이라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밑 빠진 독에 물 붓던 식의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파격 할인은 특히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은 지역에 몰려 선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일산자이'의 경우 허위 광고, 위해 시설 이전과 관련해 입주계약자들과 마찰이 불거지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일부 건설사들의 부도 위기가 나돌고 있기 때문에 시행사나 건설사의 신용도나 채무관계를 확인하고 입주를 결정해야 한다”며 “믿을만한 대형 건설사의 경우에도 기존 입주자들과 분쟁 여부가 있는 지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태정기자 pt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