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문제가 시한폭탄처럼 눈앞의 현실로 슬금슬금 닥쳐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로 동결한 것도 가계부채에 미치는 부담을 염려한 때문이었다. 최근의 가파른 물가 오름세에 대응하려면 당연히 금리를 올려야 했던 상황에서 뜻밖의 결정이었다. 금리를 올릴 경우 가뜩이나 대출금 이자상환으로 형편이 급급한 일반 가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는 게 그 이유다.
현재 우리의 가계부채 규모는 무려 1000조 원 규모에 육박한다. 가처분소득에 대비한 비율도 150% 가까이 이르고 있다. 쉽게 말해서, 가처분소득을 전부 쏟아부어도 가계빚을 갚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주택관련 대출이다. 집값이 뛰어오르던 3~4년 전까지는 집을 미리 사두기 위해서, 요즘은 전셋값에 맞추기 위해 대출을 받는 추세다. 이밖에 직장인들의 신용대출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대출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이자를 연체함으로써 신용 불량자로 분류되는 경우도 자꾸 늘어나고 있다. 물가를 부추길 정도로 시중에 돈이 넘쳐흐르는 상황에서도 정작 서민들은 이자도 갚지 못할 만큼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자를 막으려고 또 대출을 받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어느새 빚쟁이에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 셈이다.
가계부채는 자칫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국가적인 경제위기로 확대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다룰 일이 아니다. 더욱이 최근 저축은행들의 부실운영이 표면화되는 등 금융계 내부의 문제점이 자꾸 불거지는 상황에서 연쇄적인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우선은 해당 가계들마다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빚을 해결하겠다는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하지만 주택금융에서처럼 건설부양 정책을 이끌었던 정부나 건설사, 그리고 금융권도 책임을 완전히 벗을 수는 없다. 주택경기의 투기 바람에 편승했던 우리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는 얘기다. 가계 부채에 대한 걱정이 탄식의 신음소리로 바뀌기 전에 적절한 연착륙 대책이 마련돼야만 한다. /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