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경제>경제일반

열하로 가는 길에 건너야 할 강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올려 있는 한 대목이다. 어느 날 밤, 강을 아홉 번 건넜다고 하는 이 기록은 열하까지 가는 위험한 길에 만난 물살이 센 강을 그것도 밤에 여러 번 통과하면서 그 자신의 내면에 평정심을 세워 아무 근심 없이 자유자재의 존재가 되었다는 자기성찰의 문장이다.

‘열하일기’란 무엇인가? 건륭제의 생일에 축하사절로 따라간 연암의 여행기로 여기서 우린 조선 최고의 자유인인 그의 풍모를 여실히 볼 수 있다. 그가 바라보는 중국의 문물과 다양한 인간유형에 대한 묘사와 서술은 그의 붓끝이 꽤나 섬세하고 그 관심사가 깊고 폭넓은 것을 알게 해준다. 중국어를 모르는 그가 필담으로 만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민초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737년생으로 조선조 중세 동요기에 살았던 그는 기존의 사대부질서에 편입되지 않았고 또 그 질서에서 배제당한 이들과 친구가 되어 지냈다. 그의 벗 가운데는 서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가 남긴 ‘호질(虎叱)’은 호랑이의 입을 빌어 위선적인 양반계급들을 꾸짖고, ‘허생 이야기’를 통해서는 정승이 불러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권력에 붙지 않은 존엄한 이탈을 꿈꿨다.

그러나 그의 ‘열하일기’도 아쉬운 한계를 지닌다.

연경에 있던 건륭제가 열하로 여름 피서를 가는 바람에 거기까지 가게 된 것이나, 그때 열하는 단지 특정한 지리적 공간만이 아니라 중화적 세계의 경계 밖의 지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상은 어느새 바로 이 중화세계의 경계 밖에서 몰아치고 있는 거센 바람이 동아시아를 슬슬 겨냥하고 있는 형국이었는데, 연경에서 목격한 서쪽의 열하에 대한 세계관의 확장이 그의 일기에는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어느 날 밤 강을 아홉 번 건너면서도 자신의 성찰을 단지 개인화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아, 참으로 안타깝다. 만일 그가 이 열하의 개념을 보다 확대해서 중화적 세계의 밖에 존재하는 또 다른 열하로 가는 길에 대한 고뇌를 더 깊이 했다면, 우리는 중세와 근대의 경계선에서 새로운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문명사적 깨우침을 얻었을지 모른다. 우린 지금 또 어떤 강을 이 밤에 아홉 번이나 건너야 하는 것일까? 마부는 다쳐 수레에 얹혀 있고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일야(一夜)에 말이다.

/성공회대 교수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