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이 하반기에 더 심화할 전망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물가상승을 주도할 부문은 그동안 묶여 있던 공공요금이다. 우선 한전은 86% 수준인 원가보상률을 100%로 맞추려면 전기요금을 16.2%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7월부터 전기요금을 연료비에 연동해 인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인상이 불가피하다.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이미 이달부터 평균 4.8% 올랐다. 7.8% 인상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어서 인상 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하철, 버스, 상하수도 등 지방 공공요금도 하반기부터 줄줄이 인상된다. 이밖에 택시요금, 쓰레기 봉투료, 정화조 청소료 등도 인상 압박이 큰 상황이다.
원유와 농축산물 가격 급등에서 시작된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세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개인서비스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3%로 2년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돼지갈비(13.1%)와 삼겹살(13.5%) 등 서민들이 즐겨먹는 외식 물가가 두 자릿수로 올랐고, 보일러 수리비(7.8%)와 엔진오일 교체료(7.1%)도 크게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 역시 점입가경이다. 원재료인 농수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후유증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지난달의 경우 70개 가공식품 품목 중 80.0%인 56개 품목의 가격이 상승했다.
◆ 정부 3% 억제 목표 불가능
하반기 물가 상승세는 연초와는 원인부터가 다르다. 올 초 물가의 고공행진은 농축수산물, 석유, 원자재 등 공급 요인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집세와 개인서비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른바 ‘수요견인형’ 인플레이션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형태의 인플레이션은 서비스 가격 자체를 올리는 부정적 영향 외에 임금 상승을 유발하고, 다시 개인서비스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물가 상승보다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이렇듯 물가 상승세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정부가 애초 밝힌 3% 수준 물가상승률은 달성 불가능한 수치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2일 내놓은 경고는 눈여겨 볼만하다. KDI는 이날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3.2%에서 4.1%로 대폭 높이면서 정부에 “성장보다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충고하며 “실기하면 물가상승세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민들의 우려는 커져만 가고 있다. 회사원 정길영(38)씨는 “정부가 올해 들어 13차례나 물가안정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뻔한 대책만을 내놨다. 물가를 잡을 실탄이 떨어져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