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명문 축구 클럽의 감독들이 모두 상상하는 시즌 말의 모습은 ‘빅이어’를 드는 것이다. 양쪽 손잡이가 마치 거대한 귀처럼 생겼다하여 붙어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의 별칭이다.
유럽 축구는 이제 한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승부를 주목하고 있다. 29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에 벌어질 FC바르셀로나와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다.
국내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은 박지성의 출전과 활약 여부다. 올 시즌 박지성은 부상과 로테이션 시스템을 뚫고 맨유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와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걸린 큰 경기에서 특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선발 출전을 확신할 순 없다. 박지성은 2008년 팀이 우승을 차지할 당시 4강전까지 선발 출전하며 뛰어난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결승전에는 명단에도 들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퍼거슨 감독의 속내는 출전 명단이 나오는 그 순간까지 알기 어렵다.
다행이라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는 점이다. 박지성은 22일 열린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에서 선발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팀 동료, 전문가, 언론 공히 박지성이 3년 전과 비교할 수 없는 확실한 입지를 누리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출전 가능성이 높은 박지성이 맨유의 우승을 위해서 맡아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국내 언론은 리오넬 메시와 박지성의 대결 구도를 잡아가고 있지만 메시를 막는 건 박지성의 역할이 아니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측면이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메시를 향하는 패스가 공급되는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같은 미드필더들을 괴롭혀야 한다. 퍼거슨 감독은 미드필드 장악력이 뛰어난 팀을 상대할 때면 활동량과 수비 가담이 뛰어난 박지성을 중앙에 세우는 변칙 전술로 대응했고 꽤 재미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