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특징을 말할 때 흔히 이재의 천재, 양다리의 달인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마무리된 지금 한국인들은 이 말을 곱씹어야 한다.
중국은 이번 김 위원장의 방문으로 돈으로 계량하기조차 어려운 이익을 봤다. 나진, 선봉 지역 및 신의주 황금평 개발과 관련한 중국의 기득권이 재차 확인된 게 우선 그렇다. 여기에 무산, 회령 등지의 지하자원 개발에 대한 선점권이 광범위하게 인정된 것 역시 중국이 애써 웃음을 감춰야 하는 이유가 될 듯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활발한 북한 진출로 자연스럽게 확보한 동해 출해권(出海權)까지 더하면 중국이 북한에 제공하는 각종 경제 지원은 껌 값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다.
중국 일부 네티즌들이 “김 뚱보 때문에 생활이 불편하다”고 불평했다고 하나 이런 사실을 알면 경망스러운 입을 주둥이로 쥐어박을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국가수반과 정상 회담까지 펼쳤다. 일본은 몰라도 한국으로서는 씁쓰레한 입맛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언반구 유감을 표명했다는 얘기는 신문, 방송 그 어느 곳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달인의 경지에 이른 중국의 전통적인 양다리 걸치기 기술이 절묘하게 발휘됐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상황이 더욱 그 도를 빨리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중국보다 얼마나 엄청나게 더 퍼줬는지는 모르겠으되 한국에서 이런 생각이 보다 확고한 대세가 된다면 더욱 그럴 것이 분명하다.
아니 무조건 경협 재개, 경제 지원을 내걸고 대화를 재개하자고 해도 상황은 어려울지 모른다. 북한의 마음은 이미 집비둘기가 아니라 사이먼과 카펑클이 노래한 ‘철새는 날아가고’의 철새처럼 굳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한 때문이다.
한마디로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무지하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더 중요한 점은 북한이 작심하고 중국에 기울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대북 기업인들이 쌓아놓은 모든 매뉴얼, 인맥, 노하우 등이 중국 쪽으로 고스란히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앉아 죽는 것보다 차라리 중국과 북한 경협의 거간꾼으로 활동하면서 투자한 것을 조금이라도 건지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애지중지했던 보물들을 넘기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중 일부는 이미 파산했거나 어쩔 수 없이 중국 기업의 에이전트로 변신한 눈물겨운 경우도 있다. 사실 베이징이나 선양, 단둥에 가면 이런 사람들의 비참한 상황을 목도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혹 재개될지 모를 남북 경협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것 같다. 부언하건대 철새는 이미 날아가 버렸다.
/중국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