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이었다가 재택 근무하는 프리랜스로 내가 직업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직접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였다.
운 좋게 수입도 있고,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집안살림을 남에게 맡기지 않을 수가 있었다. 주변의 직장 맘들은 나의 자율과 여유를, 전업 맘들은 돈벌이를 곧잘 부러워했다.
헌데 한 끗 차이로 위의 평화로운 밸런스는 바로 무너질 수가 있다. 프리랜스는 자신의 일을 적절히 통제할 것 같지만 거꾸로 불안정한 수입원 때문에 일을 내 편의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들어오는 대로 받아야만 다음 일이 계속 더 들어오는 묘한 성질을 가진다. 그래서 까딱 잘 못하면 일이 몰리고 그러다 보면 ‘일은 일대로, 육아는 육아대로, 가사는 가사대로 하는’ 엄청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것만 같다.
그럴 때면 친정엄마나 도우미에게 살림과 육아를 전적으로 맡기는 워킹 맘과, 아이를 기관에 보내놓기만 하면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전업 맘이 부러워진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일 폭주 문제는 솔직히 ‘불가항’까지는 아니다. 좀 더 인정받고 싶어서, 좀 더 벌고 싶어서, ‘무리’하는 것이고 정 안 되면 거절하면 된다.
사실 시한폭탄은 따로 있다. 바로 아이가 아플 때. 이건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다. 아이가 아프면 기관에도 못 가고 주 양육자는 종일 간병을 하며 나머지 일들을 포기해야 한다. 언제 나을지도 모른다. 이거야말로 진짜 불가항이다.
이것은 제 새끼인 이상, 직장에 다니든 안 다니든 비켜가질 못한다. 이게 얼마나 크고 불확실한 공포냐면 나의 경우 언제 애가 갑자기 아플지 몰라 늘 원고마감을 과하게 일찍 하는 습성까지 생겼을 정도다. 잔병치레를 하는 아이를 둔 워킹 맘의 경우 사표 쓸까 말까를 항상 고민한다.
대한민국 50대 기득권 남성들에게 육아분담에 대한 양성 평등 인식까지 바라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권과 공정함을 가장 진지하게 다뤄야 할 검찰총장이 ‘애 아픈 것’을 회사 업무만도 못한, 장난인 줄 아는 것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