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파란을 운영하는 KTH는 최근 개방형 인증체계를 도입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글로벌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으로 가입 없이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메일, 게시판 작성 등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 위치기반 SNS 아임인과 푸당카메라 등 KTH의 인기 서비스를 쓸 수 있다. 한마디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실명인증 없이 국내 인터넷 서비스 가입이 가능하단 얘기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글로벌 SNS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국내 실명인증제가 유명무실해 지고 있다.
앞서 야후도 3월 페이스북과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는 오픈ID 서비스를 시작해 별도 회원 가입 없이 다양한 서비스와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다만 파란이나 야후의 서비스도 국내법상 제한적 본인확인제 대상이 되는 댓글 달기나 게시판 작성 등을 하려면 한번은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국 복잡한 개인인증 절차가 소셜 인증 서비스를 통해 부분적으로 해소되긴 했지만 아직 모든 서비스를 쓰려면 이중의 인증절차를 거쳐야해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는 온라인 업계에는 장애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SNS에선 국내 인터넷 규제정책이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페이스북에서 국내 사업자가 제공하는 네트워크 게임 ‘트레인시티’에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적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트레인시티는 페이스북 로그인 시스템을 사용하기에 별도 회원가입 없이 즐길 수 있어서다. 정부당국도 페이스북에 실명제 도입을 요구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명인증제가 사실상 퇴출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올해 초 방송통신위원회가 SNS를 활용한 소셜댓글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이미 사문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제한적본인확인제= 인터넷 이용자가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을 통해 본인 확인을 받은 뒤 사이트에 글을 올리도록 하는 제도.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30만 명을 넘는 인터넷포털과 20만 명을 넘는 인터넷 언론이 시행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