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내용에 반대하는, 이른바 ‘광우병 촛불시위’가 전국으로 번지던 2008년 5월 20일.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났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여야 영수회담이다.
국민들은 꼬인 정국이 얽힌 실타래 풀리듯 해소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무너졌다. 애초 회담에 임하는 양측의 입장이 너무 달랐다. 이 대통령은 손 대표가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에 협조해 주기를 바랐다. 손 대표는 비준 문제는 뒷전이고 이 대통령으로부터 미 쇠고기 수입 재협상 약속을 받아내려 했다. 동상이몽의 만남에서 민생은 곁다리에 지나지 않았다.
굳이 소득이라면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뿐. 사진 속의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었지만 엉킨 정국을 풀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무엇 하러 회담을 했느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불문가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났으면 난국을 타개할 해법을 내놓든지, 아니면 타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라도 주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3년 1개월여가 지난 오늘.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가 다시 만난다. 상황이 어렵기는 그 때보다 더하다. 한미 FTA 비준 문제는 여전히 겉돌고 있다. 촛불시위도 ‘반값 등록금’논란으로 재연되고 있다. 그뿐인가. 물가 상승, 전월세 대란, 실업, 급증하는 가계 부채, 심각한 양극화 등으로 서민들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그런 판에 터진 저축은행 비리와 잇단 공직사회의 부정, 부패는 국민들 가슴을 더욱 쥐어뜯는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허구한 날 정쟁으로 날을 새우고 있다.
두 번째 만남이다. 첫 회담 때와는 달리, 정치적 손익을 떠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민생 회담’이 되도록 해야 한다. 어떤 선택이 진정 나라 발전과 국민을 위한 길인가를 숙고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는 상생의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밥이나 먹고 사진이나 찍는 알맹이 없는 회담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