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나라의 거울은 먼 곳에 있지 않으니, 바로 하 나라 왕조에 있다.”
‘시경’에 나오는 글귀를 맹자가 다시 인용한 대목이다. 역사의 교훈은 바로 전 시대의 현실을 잘 성찰하면 깨우쳐진다는 뜻이다. ‘거울’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하 나라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반면교사가 되고 있는지 타산지석이 되고 있는지 궁금할 것 같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이든 아무래도, 자기가 저지른 과오에서 남들이 배우는 편보다는 남이 보기에는 하찮은 것 같아도 잘만 쓰면 좋은 옥이 된다는 타산지석 소리를 듣고 싶을 것이다.
중국 고대의 하, 은, 주 왕조가 끝나고 너 나 할 것 없이 무력으로 권좌를 차지하려는 춘추전국 시대가 펼쳐진다. 그건 전란으로 휩싸인 시대였다. 맹자는 이런 시대를 겪으면서 군주가 자기 이득을 위해 백성들을 짓밟는 것에 대해 깊은 반감을 가졌다. 그래서 그는 어진 마음 인(仁)은 사람이 사는 편안한 집이고 의(義)를 사람이 걸어갈 바른 길이라고 했다.
그 맹자와 제나라의 왕 사이에 오간 대화다. 먼저 왕이 묻는다.
“나의 사냥터는 사방 40리에 불과한데 백성들이 오히려 크다고 여긴다오. 옛날 주나라 문왕의 사냥터는 사방 70리였다면서요?” “네, 백성들은 그걸 도리어 작다고 여겼습니다.” 의외의 답이다. “무슨 까닭이오?” “문왕의 사냥터에는 나무꾼들이 마음대로 드나들었고, 꿩이나 토끼를 잡으러 들어갈 수 있었지요. 백성들과 더불어 누렸던 것이니 백성들이 작다고 여김은 당연합니다.”
맹자가 계속 말을 잇는다. “처음 제 나라 국경에 이르렀을 때에, 나라에서 가장 크게 금지하는 바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왕의 40리 사냥터에서 사슴을 잡은 사람은 살인죄로 처벌한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그건 나라 가운데다가 사방 40리의 함정을 파놓은 셈입니다. 그러니 백성이 자신들에게는 함정이 되어버린 왕의 사냥터를 크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선대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주나라가 제 나라의 거울이 된 건데, 권력이든 재력이든 백성들과 더불어 누릴 줄 모르면 인과 의가 없는 것이고 그건 나라 한 가운데 자기만의 사냥터를 만들어 놓는 것이며 남들에게는 함정을 파놓은 격이 된단다, 맹자 왈. 법과 제도가 이런 함정을 파는 사람들을 도리어 지켜주는 일이 있을 때 우리가 봐야 할 거울은 어디에 있을까?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