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로 창당 90주년을 맞은 중국의 집권 공산당은 외견상으로만 보면 진짜 대단하다. 1921년 고작 13명에 불과했던 당원이 지금은 1억 명을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28년에 걸친 국민당과의 오랜 내전에서 승리를 거둔 다음 지금까지 무려 62년 동안 흔들림 없이 집권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하면 아예 경의를 표해도 괜찮다. 미국을 바짝 추월하는 세계적 경제 대국이 된 것이 괜한 게 아닌 듯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찬탄만큼이나 한숨도 절로 터져 나온다. 산적한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빈부격차와 부정부패가 아닐까 보인다.
우선 빈부격차를 보면 그야말로 악! 소리가 절로 나온다. 홍콩에 1억 위안(약 170억원)을 호가하는 주택을 아무렇지 않게 구입하는 ‘수퍼 부자’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반면 워쥐(蝸居·달팽이집)나 이쥐(蟻居·개미집)에 사는 극빈층의 인구 역시 엄청나다. 이대로 가면 부의 불평등 지수인 지니계수가 폭동을 몰고 온다는 0.5 수준을 돌파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사회의 전반적인 부정부패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민다오(民倒·민간 부패), 관다오(官倒·관리 부패), 쥔다오(軍倒·군대 부패) 등으로 나눠질 정도로 심하다는 사실만 들먹이면 얘기는 그냥 끝난다. 후진타오 국가 주석 겸 총서기가 최근 창당 90주년을 맞이해 당의 선진화 추진을 강조하면서 전반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은 때문에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개혁은 어렵고 힘들다. 그러나 하지 않으면 그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후 주석이 당의 선진화를 강조했다는 사실은 현재 중국 공산당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해도 좋다. 개혁을 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단언이라고 봐도 좋다.
한마디로 지금 중국은 ‘공산당이 없었다면 새로운 중국은 없었다’는 노래에 취해 창당 90주년을 맞이할 것이 아니라 ‘개혁이 없으면 공산당도 없다’는 슬로건을 높이 내걸고 사회 전체를 개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인민을 위해 일한다’는 구호를 패러디한 ‘인민폐를 위해 일한다’는 시니컬한 유행어 역시 서서히 사라지지 않을까 보인다./중국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