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어떤 크기의 질량을 갖는 블랙홀도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주 초기의 밀도 조건 등을 고려하면 원자 크기의 것이나 소행성 크기를 갖는 블랙홀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것은 질량이 태양의 몇백만 배에서 몇 백억 배에 이르고 은하의 중심에 존재하는 거대 블랙홀과 질량이 큰 별이 죽으면서 형성되는 항성 블랙홀뿐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블랙홀들만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소행성 정도의 크기를 갖는 블랙홀이 존재한다면 우리 태양계 내에서도 지금 이 순간 이런 종류의 블랙홀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블랙홀이 태양과 충돌하기라도 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결론은 생각보다 싱겁다. 오히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벌어졌다면) 그 사건으로부터 그들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 소행성 크기의 블랙홀이 태양과 충돌한다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결론은 시시하게도 격변은 없고 블랙홀이 그냥 조용히 태양을 관통해서 통과할 것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에 있다. 이 과정에서 약한 X-선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세기가 너무 약해서 관측은 거의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은 블랙홀이 태양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진동 패턴에 주목했다. 마치 종을 치면 울림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블랙홀이 태양을 통과하면서 특정한 패턴을 갖는 울림, 즉 진동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태양 관측 장치로도 충분히 이 진동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충돌이 있었다면 반드시 이런 진동이 존재해야만 하고 그것은 소행성 크기의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관측 결과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관측한 태양 관측 자료 속에 이미 그 진동 패턴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약 지구와 충돌한다면? 그건 상상에 맡기겠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