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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역사의 눈을 잃어버리고 있는 세대

“다윗 왕이 나이 많아 늙으니 이불을 덮어도 따뜻하지 않게 되자 신하들이 왕을 위해 젊은 처녀 하나를 구해 왕의 품에 누워 그의 몸을 따뜻하게 할 요량으로 이스라엘 사방에 아리따운 처녀를 찾아 나섰다. 마침내 수넴 여자 아비삭을 얻어 왕께 데려왔는데 그녀는 대단히 아름다웠다. 아비삭이 왕을 모셨으나 왕이 더불어 잠자리에는 들지 않았다.”

역대 군주들의 역사를 기록한 성서의 열왕기 상 첫 대목이다. 이스라엘 고대사 최강의 군주 다윗도 세월이 흐르니 어쩔 수 없게 됐다. 한 시대의 종료다. 그 뒤를 잇게 되는 솔로몬은 형제를 서슴없이 죽이면서 유혈이 낭자한 권력투쟁을 벌인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여자를 얻기 위해 그 여인의 남편을 계략에 걸어 죽게 만든다. 그는 솔로몬에게 충성을 바쳤던 이스라엘의 맹장이었다.

역사서로서의 성서는 세상에서 추앙하는 권력자라도 그 패악질을 감추지 않고 기록한다. 3000 년 전의 사관이 남긴 글이다. 기원전 1세기 한무제 당시 사마천의 ‘사기’ 역시 역사의 진실을 증언하는 일에 추호도 물러섬이 없다. 진시황에 대해 그는 “상벌이 형평을 잃고 세금징수에 끝이 없으며 공사가 많아 관리들도 감당치 못하며 백성들은 힘들게 사는데 임금은 이를 돌아보지 않았다”며 그는 “탐욕스럽고 비루하고 독단적이었다”고 적는다. 진시황은 이로써 역사에서 그 위신을 복구할 길이 완전히 막히고 말았다. 역사의 붓끝은 그리도 무섭다.

그러나 ‘사기’가 단지 붓끝 하나의 재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거세를 당하는 궁형에 처한 사마천이 목숨을 걸고 써내려간 글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는 자신의 심정을 선대의 예를 들어 밝힌다.

“주문왕은 억류생활 중에 ‘주역’을 지었고, 공자는 연금된 처지에서 ‘춘추’를 지었으며 좌구명은 실명을 했음에도 춘추시대의 역사인 ‘국어’를 남겼으며, 손자는 다리를 잘린 상태에서 병법을 논한 ‘손자’를 논술했으며 한비자는 진나라에 갇혀.......”

한 시대가 가한 고통을 비켜나지 않고 도리어 그로써 자신이 살고 있는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여 기록해나간 이들이 있었기에 인류는 역사로부터 배울 바가 생겨나게 됐다. 당대의 영광이 역사에서 수치가 되기도 하고, 당대의 떵떵거림이 역사에서 지울 길 없는 죄가 되기도 한다. 우린 지금 어떤 역사를 보고 있을까?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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