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언론의 중국 관련 보도는 유쾌한 것들이 별로 없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부정적인 보도로 일관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보도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당연히 이런 보도가 나오는 이면에는 나름의 근거가 다 있다.
인민해방군의 천빙더 총참모장이 국방부 장관에게 “중국을 멀리 하고 미국과 너무 친하게 지내지 않는가?”라는 요지의 말을 한 것이나 한국의 문화유산을 자국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것으로 등록하려는 움직임 등은 확실히 한국인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정도를 지나 넘친다고 해도 좋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우선 정치적인 측면을 보자. 중국은 정확하게 19년 전 한국과 전격적으로 수교를 맺었다. 혈맹인 북한의 입장이나 반발을 고려한다면 대단한 용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경제적인 측면을 들여다볼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인구가 13억 명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자체적으로 경제를 굴러가게 할 수 있는 내수에 필요한 최저한도의 인구 1억 명의 13배나 된다. 굳이 한국에 목을 매지 않아도 괜찮다. 그럼에도 한국과 적극적으로 경제 교류를 하면서 1년 평균 500억 달러 전후의 무역 수지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문화적인 측면은 또 어떤가. 한류는 있어도 화류(華流) 내지는 중류(中流)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중국 없이는 한국이 굴러가지 못한다는 단언을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0년 동안 중국과의 관계에 상당한 공을 들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어떤가. 외교적으로 중국은 한국에 있어 원 오브 뎀(비슷한 여러 사람 중 하나) 다시 말해 기타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경우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무시한다.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로 생각하는지도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 중에 중국통이 없다는 한탄이 일부 식자층에서 나오는 것은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은 실사구시라는 말을 좋아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돈을 버는 것이 최고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국에게 중국은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대상일 수밖에 없다. 기분 나쁠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것은 통계가 말해준다.
반면 중국에게는 한국이 원 오브 뎀의 국가다. 한국이 없어도 모든 것이 굴러간다. 그런데도 현실은 한국이 중국을 그런 나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무례하게 나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나 싶다. 의도적으로라도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몽니를 부린다고 비난하기에는 모든 분야에서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너무 높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존심 대신 실사구시의 정신을 수도 없이 되뇌어야 하는 것이 한국이 사는 길인 것이다. 싫은 것과 생존은 기본적으로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들의 운명과 비슷하다.
/중국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