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는 재미에 회사에 출근한다”고 하지만, 요즘은 그런 농담조차 썰렁해졌다. 사무실 주변의 음식값이 너무 오른 탓이다. 기다려지던 점심시간이 오히려 은근한 부담이 되어 버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략 5000원 선에 머물렀던 김치찌개나 설렁탕, 칼국수 등의 대중적인 메뉴들이 웬만하면 6000~7000원으로 올랐다. 여기에 모처럼 삼겹살이라도 추가한다면 1인당 더치페이가 1만 원을 훌쩍 넘어 버리게 된다.
점심값 감당이 어려워 슬며시 김밥이나 라면으로 때우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가끔씩 동료 직원들끼리 추렴으로 회식을 하는 자리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영업이나 외근직을 맡은 직장인들은 더욱 난감하게 되었다. 그동안 회사에서 받았던 영업수당으로는 거래처 직원들을 제대로 접대하기가 빠듯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점심시간을 피해 약속을 잡는다는 것도 속보이는 일일 터이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치솟은 결과다. 정부 발표에 따른다 해도 올들어 지난달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섰다. 그 자체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지만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훨씬 심각하다. 더군다나 음식 재료로 쓰이는 밀가루와 당면, 돼지고기, 설탕, 식용유 등은 사정이 더 빡빡하다. 채소류의 경우에도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장마와 폭염으로 인해 가격이 불안정한 상태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대중 외식업체에 대해서도 가격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전망은 그렇게 밝지가 않다. 전기요금이 당장 내달부터 오르는데다 가스비, 교통비 등 지방공공요금의 인상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음식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물가 파급효과가 큰 휘발유 가격은 이미 정부의 통제범위를 넘나들고 있다.
결국은 점심식사를 값싼 메뉴로 바꾸는 것이 물가상승 시대의 생존전략이다. 삼겹살에서 설렁탕으로, 그리고 다시 순두부 백반이나 자장면으로 낮춘들 어떠랴. 아예 도시락 가방을 챙겨들고 출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하철 출근길에 서로의 가방에서 김치 냄새가 풍겨나오지 않도록 신경을 쓰기만 한다면 말이다. /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