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언론은 과거보다는 관리 부패 관련 기사들을 많이 싣는다. 아마도 지난 세기 말에 수많은 관리들을 타락하게 만든 수퍼 부패 사범인 라이창싱(賴昌星)을 최근 캐나다로부터 압송한 것을 계기로 공무원 사회에 경종을 울리려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기사들을 보고 있으면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몇 개 알 수 있다. 우선 지난 30년 동안 4000여 명의 관리들이 무려 500억 달러의 공금을 들고 해외로 도주했다는 사실이 그런 것 같다. 이들 대부분이 가족을 외국으로 보내 놓고 뱀 허물 벗듯 아무 것도 안 걸친 자신의 몸만 살짝 빠져나가는 이른바 뤄관(裸官)이라는 사실 역시 씁쓸한 뒷맛을 주기는 하나 국외자가 보기에는 꽤 흥미로운 대목으로 보인다.
뤄관이 되는 관리들의 직급이 하위직에서 점점 고위층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도 눈길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가장 흥미를 끄는 대목은 아무래도 돈을 들고 해외로 튀는 뤄관에도 등급이 있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많은 돈을 들고 해외로 도주하는 부패 관리는 선진국, 겨우 먹고 살만큼만 챙긴 이른바 샤오치(小氣·배포가 작다는 뜻) 유형의 뤄관은 후진국으로 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말하자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처럼 다전선진국(多錢先進國), 소전후진국(少錢後進國)이라는 말이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도 거의 그렇다는 것이 뤄관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접촉해본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거액의 공금을 빼돌린 뤄관의 경우는 진짜 비행기 1등석을 타고 미국을 비롯한 호주, 캐나다 등으로 유유하게 튀는 반면 푼돈에 눈이 멀었던 이들은 중국과 이웃한 태국,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몽골 등으로 그야말로 허겁지겁 내빼기에 정신이 없다고 한다.
중국 공안 및 사법 당국은 앞으로 뤄관들을 더욱 철저하게 단속할 예정이라고 한다. 잡히면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극형에 처할 것이라는 공언도 수차례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미 자본주의의 맛을 단단히 본 부패 관리들이 줄어들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많은 돈을 수중에 넣은 뤄관들은 해외 탈출도 기가 막히게 잘 한다. 노하우가 완전히 상상을 초월한다는 얘기이다. 결과적으로 돈 없는 잔챙이들만 단속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돈의 많고 적음에 따른 신분의 등급은 중국에서는 확실히 이처럼 무섭기 이를 데 없다. 따라서 중국의 잠재적 부패 관리들 사이에서 요즘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 대신 “억울하면 물 좋은 자리에 앉으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실인 것 같다.
/중국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