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친 사내 하나가 지붕 위에 올라가 자살 소동을 벌였다. 그러자 경찰서장과 마을 사람들이 그를 구출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달려온 어머니의 하소연에도 이 사내는 막무가내였다. “날 이장으로 뽑아줘, 그러면 내려가지.”
이 말을 듣고 한 노인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절대로 안 내려올 거야. 내가 저런 자들을 잘 알지. 한번 오르면 절대 안내려와”라고 중얼거렸다.
미친 작자의 요구조건이 말이 안 되는 것이었지만, 우선 목숨을 구하기 위해 경찰서장은 그러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자는 “나 같은 미친 사람을 이장으로 뽑은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하고 다시 버틴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런 식으로 그는 자기를 시장으로 뽑아라, 국회의원으로 뽑아라, 장관으로 뽑아라, 수상으로 뽑아라, 하고 수위를 높여갔고, 결국 황제까지 되었는데도 같은 논리로 결국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노인의 말이 맞았다는 걸 알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노인은 미친 남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 황제 폐하! 혹시 6층까지 내려오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그러자 지붕 위의 사내가 기분이 좋아진다. 노인은, 황제폐하 앞에 “위대한” “숭고하신” “존경하옵는” 등으로 최상급 존칭을 붙여 그 사나이를 결국 지상으로 내려오도록 만들었다.
사태를 수습한 뒤 이 노인은 혼잣말로 이렇게 말한다. “아, 내가 조금만 더 젊었어도 저 지붕위로 올라간 뒤에 결코 밑으로 내려오지 않을 수 있는데.”
그도 알고 보니 마음속으로는 일단 한번 지붕 위로 올라가면 내려올 생각이 없는 사람이었다. 권력에 취하면 지상으로 내려올 줄 모르게 되는 이들의 광기와 어리석음을 비웃는 터키의 국민적 풍자작가 아지즈 네시의 단편 우화다.
그렇다면 이와는 다른 진정한 권력은 어디에서 생겨날까? 진짜로 숭고하고 위대하며 존경할 만한 것 말이다. 잇단 폭우로 도처에 무너지고 있는 삶이 있다. 하루하루가 비탄과 절망에 휩싸여 있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더욱 궁지에 몰린 처지다. 고난에 처한 이들과 함께 이미 바닥에 있으면서도 “아, 내가 조금만 젊었어도 좀 더 밑으로 내려가는 건데” 하는 사람들은 어디 없나? 지붕위로 올라갈 생각만 하는 권력이 있는 마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이 모든 것을 새까맣게 잊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