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침을 하자 한국은 곧바로 독감에 걸렸다.
‘미국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넘기면서 안정될 줄 알았던 국내 금융시장은 더블딥(이중침체)이라는 새로운 공포와 맞닥뜨리면서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끝날 줄 모르는 유럽발 재정위기의 악몽도 한몫 했다.
3일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증시, 채권, 환율 등 모든 지표가 요동쳤다. 코스피는 이틀 연속 아시아 주요 증시 중 가장 큰 폭으로 내리렸고, 원ㆍ달러 환율과 국채선물 가격은 크게 오르며 약한 체질을 또 한번 드러냈다.
특히 주식시장은 앞으로 2000선마저 무너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투자 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3일 코스피는 불과 이틀만에 106포인트 넘게 급락하며 2060선대로 주저앉았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55.01포인트(2.59%) 내린 2066.26에 장을 마감했다. 60일 이동평균선(2111.53), 120일 이동평균선(2087.53)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이로 인해 시가총액은 하루새 31조600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전날까지 더하면 이틀간 60조원이 증발했다.
우리 시장을 쥐고 흔든 장본인은 또 외국인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틀 연속 매도로 일관하며 1조1578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였지만 떨어지는 칼날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9.60원 오른 1060.4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06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달 18일(1060.90원) 이후 처음이다. 채권시장도 급등해 국채선물가격이 103.14까지 올라갔다.
금융시장 중에서도 이날 2.59%가 폭락한 한국 증시의 ‘약한 모습’은 똑같은 상황을 맞은 아시아권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02%P 내리는데 그쳤고, 태국이 04%P, 대만과 호주가 1%대 하락에 머물렀다.
방향성은 같지만 한국의 하락률이 아시아 주변국 중 가장 큰 셈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아 미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파장이 크다는 경제구조의 한계가 또 지적되고 있지만 비슷한 경제구조를 가진 일본도 2%대 초반으로 하락을 마무리했다는 점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충격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증권 송상훈 리서치센터장은 “충격의 지속기간은 짧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스피 하단을 2050으로 제시했다.
◆코스피 2000선 추락도 가능
하지만 이번 주말에 발표될 미국 고용지표가 나쁘게 나올 경우 또 한차례 요동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 번 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면 20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