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트워크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를 노리는 해커들의 공격도 급증하고 있다. 해커들의 활동무대가 개인이나 기업을 넘어 국가적 차원으로 점차 확대되면서 ‘빼앗고 지키는’ 국가간의 ‘사이버 정보전쟁’도 격렬함을 더해 가고 있다.
특히 최근 1년간, 해커 출신의 줄리안 어산지가 만든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전문 공개 파문과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소니의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건 등으로 인해 ‘사이버 보안’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만큼 세계 해커들의 가장 큰 표적이 되어 왔다. 나날이 거세지고 있는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은 민관 합동으로 ‘사이버 전사’를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올해로 두번째…7~8월 캘리포니아 등 5곳서 캠프
‘사이버 전사’ 육성프로그램은 미국 정보망을 지키는 미래의 파수꾼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은 물론,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범죄집단에 연루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 국방성이 NPO, 대학 등과 협력해 개최하고 있는 ‘전미 사이버 챌린지(US Cyber Challenge·USCC)’가 바로 그 프로그램이다.
USCC는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009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안한 ‘안전한 사이버 공간을 위한 보고서’가 계기가 되어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다양한 사이버안전 대책을 제시한 연구소 측은 “재능있는 사람들의 생계를 정부가 보장하지 않으면 범죄집단에 귀중한 재능을 넘겨줄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은 인터넷 선진국이긴 하지만 정부기관과 기업들조차 전문지식을 가진 사이버 보안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USCC를 통해 ‘1만 명의 사이버 전사’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두 번째인 USCC 캠프는 7~8월 2개월 동안 캘리포니아 등 5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참가자는 지난해보다 5배에 이르는 약 260명이며 남녀학생 참가자가 주를 이룬다.
캘리포니아 캠프는 지난 7월 11일부터 5일간 칼 폴리 포모나대에서 열렸다. 온라인을 통해 시험을 통과한 18세이상의 35명 젊은이들이 ‘사이버 보안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캠프 마지막날 네트워크 공격을 방어하는 수법을 겨루는 경연을 벌였고 캠프 3일째에는 미군과 IT기업 간부들이 마련한 ‘인턴십 페어’에도 참가해 이력서도 제출했다.
◆G2 부상한 중국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도 작용
미국이 ‘사이버 전사’ 육성에 발벗고 나선 데는 국가적인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 타국과의 경쟁의식, 특히 G2로 부상한 중국과의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IT보안업체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컴퓨터에 능한 젊은이를 모아 고액의 장려금까지 주며 경기를 펼치거나 강도 높은 교육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군까지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미 연방정부 사이버 공격 1년간 40% 늘어
미 예산관리처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에 대한 사이버공격은 2009년 3만 건에서 2010년도에 약 40% 늘어난 약 4만2000건에 달했다.
윌리엄 린 미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달 “군수업체 컴퓨터에 보관 중이던 국방 관련 파일 2만4000건을 3월 외국정보기관의 해킹 공격을 받아 도난당했다”고 밝혔다. 미 사이버사령부 키스 알렉산더 사령관은 의회 청문회 비공개 증언에서 “미군은 매일 수백만 회에 달하는 다양하고 정교한 수법의 사이버 공격과 침입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증가일로에 있는 사이버공격을 막기 위해, 미국은 2009년 미 전략사령부 산하에 사이버사령부(USCYBERCOM)를 창설했고, 지난달에는 미국이 사이버 공격에 대해 무력 응징하겠다는 사이버 안보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킹 수법을 '선의'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이런 가운데 네트워크상의 각종 규제에 대항해 왔던 해커들 사이에서도 일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타인의 네트워크에 침입할 수 있는 능력을 ‘선의(善意)’로 사용하려는 해커들도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해킹대회 데프콘의 창설자 제프 모스는 미 국토안전부 자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고, 위크리크스에 미정부의 비밀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미군 병사에 대한 신상을 당국에 알린 사람도 해커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활발한 ‘사이버 전사’ 양성책은 오늘도 사이버공간에서 펼쳐지고 있는 ‘세계 네트워크 대전’을 상징적으로 대변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