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무서운 기세로 뛰고 있다. 전국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정유사들의 할인 조치가 끝난 지난달 7일(ℓ당 1919.33원) 이후 연일 상승세다. 사상 최고가였던 지난 4월 5일의 1971.37원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12일 2000원선을 돌파한 서울 지역은 이미 역대 최고가인 2008년 7월 13일의 2027.79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오름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변수는 있다.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최근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락세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환율상승도 걸림돌이다. 환율이 오르면 원유 수입가격 역시 따라 오른다. 더욱이 정유사들은 할인가 환원이라는 이유로 공급가를 계속 올리는 중이다. 내려갈 만한 요인이 별로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 대책은 겉돌고 있다. 정유사들에 ‘성의 표시’를 강요해 석 달 동안 ℓ당 100원을 내리도록 했지만 실제 인하폭은 60원이 채 안됐다. 정유사를 윽박지른다고 기름값을 잡을 수는 없다는 한계만 확인했다. 대안 주유소 설립, 대형마트 주유소 확대 등도 그렇다. 근본 대책이라기보다는 아이디어 차원의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기름값의 48%가량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내릴 때가 됐다는 얘기다. 정부는 유류세를 내려도 체감 인하폭은 크지 않고 세수만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로 부정적이다. 설득력이 약하다. 기름값이 계속 오르면서 2분기까지 당초 예상보다 2조 원 가량의 세금이 더 걷혔다고 한다.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분을 보전할 여력이 있는 것이다.
기름값은 부자라고 더 내고 가난하다고 덜 내는 게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뛰는 기름값은 생업을 위해 차량을 운행해야 하는 자영업자나 서민들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서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 아닌가. 국제 유가 하락이나 정유사들의 ‘아름다운 마음’에 기댈 게 아니다. 유류세를 내릴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