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조짐 없는 일은 정말 없다. 예컨대 제방의 둑이 무너지게 되면 구멍이 먼저 생기거나 하게 되는 것이 기본이다. 비가 오기 전에는 구름이 생기듯 말이다. 옛 사람들도 이 이치는 너무나 잘 꿰고 있었다. 전국시대의 한비는 아마 그래서 자신의 책 ‘한비자’에서 나라가 망하게 되는 조짐인 망징(亡徵)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지 않았나 싶다.
중국의 최근세사를 살펴봐도 정말 모든 일에는 조짐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10년 동안이나 전 대륙을 휩쓴 문화대혁명이 발발하기 전을 봐야 할 것 같다. 정적들에 포위돼 권력이 위태로웠던 마오쩌둥의 위기의식과 그를 대신하려던 류사오치, 린뱌오 등의 권력욕이라는 조짐이 분명히 있었다.
1992년부터 더욱 가속화된 개혁, 개방 정책의 이면을 들여다봐도 괜찮다. 이해 춘절(설)에 덩샤오핑이 상하이를 비롯한 선전 등을 돌면서 진행한 남순강화(南巡講話)가 바로 그 조짐이었다. 그가 이때 이후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선부론(先富論·먼저 부자가 될 사람은 되라는 이론)을 제창하지 않았다면 아마 중국은 지금 G2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중국은 수년 전부터 일본을 제치고 외환보유고 및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으로 떠올랐다. 또 한때 거지 화폐로 불린 위안화는 달러를 대신해 세계 기축 통화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모두가 중국이 아편전쟁 이후 무려 170여 년 만에 다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조짐이 아닌가 보인다.
중국인으로서는 환호작약해야 할 상황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비록 시장 경제의 길을 걷고 있다고는 하나 빈부격차가 너무나 끔찍한 것이다. 굳이 다른 예를 들 필요도 없다. 한화로 수억 위안이나 하는 쇼핑을 하는 대부호들과 하루 1 달러 이하를 버는 극빈층이 공존하는 현실을 상기하면 분명해진다.
중국은 긍정적으로 보면 분명 G1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조짐 역시 많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볼 경우 빈부격차를 비롯한 심각한 각종 사회적 갈등에 막혀 더 이상의 발전을 하지 못할 개연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더 극단적 경우 역시 상상할 수 있다. 망징의 희생양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역시 조짐이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해진다.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돌아가 망징의 조짐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으로 사회 전체가 굴러갈 경우 구소련이 경험한 대 동란을 겪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최근 빈발하는 소요나 폭동을 보면서도 중국의 당정 지도부가 오불관언한다면 그게 어떤 조짐으로 이어질지는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다.
/중국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