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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비키니

원망스런 비가 그치고 매미소리로 고막이 찢어질 듯한 한여름 날씨. 모름지기 청춘이라면 물놀이를 할 시간. 한강변을 지나다 보면 수영장의 알록달록한 모습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올해 들어서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는 난생 처음 비키니 수영복을 입어본 일이었다. 어렸을 때는 좀 더 커서 제대로 어른여자가 되면 반드시 비키니를 입어봐야지,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니까 이번에는 어린 애들처럼 보일까 봐 괜히 스스로 민망해 했다.

그러다가 문득 우연한 계기로 올해 비키니라는 것을 입어 보게 되었는데 이것이…기분이 정말 좋았던 것이다. 기껏해야 뱃가죽 덮는 천 조각이 없는 것뿐인데도, 형언할 수 없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꼈다. 사람들이 내 몸만 쳐다볼 거라고 우려했던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이렇게 좋은데 왜 진작 한 살이라도 더 어리고 탱탱할 때 비키니를 입지 않았을까 후회도 했다.

하지만 그토록 쾌감일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의 내 몸이 완벽하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삶의 무게와 중력으로 인해 이젠 온몸의 부위가 죄다 아래로 처질 만큼 처짐에도 불구, 이젠 내가 가진 이 불완전한 것을 자연스레 드러낼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편안한 마음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종류의 쾌감이었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 내 마음을 상대에게 열고 내 약점을 스스럼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세상과 타인을 포용하는 방법을 터득해가는 것이라고 했을 때, 어쩌면 완벽하지 못한 몸뚱아리를 있는 그대로 세상에 드러낸다는 것은 그런 심리적 성장의 일면을 신체적으로 직접 보여주는 행위가 아닐까?

뿐만 아니라 그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누군가를 매혹할 수 있다는 뻔뻔하고 행복한 자신감의 표현이자 상징이 아닐까? 물론 물놀이 귀갓길의 나른한 피로감에 남자친구 어깨에 기대어 꾸벅꾸벅 조는 여자아이들의 사랑스러움에는 이길 도리가 없겠지만./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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