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광화문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행사에 참석했었다. 당시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녹색성장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는데 매우 시의 적절한 슬로건이라고 생각했다.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성장,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과 같은 문구는 이제 우리나라도 추격형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선점형, 창조형 산업구조로 전이해 갈 것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녹색성장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들이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활발하게 이어지고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3년간 녹색성장에 대한 담론은 4대강 사업 논쟁에 휩쓸려 모두 떠내려가 버렸고 정부도, 언론도, 국민들도 정치적 논쟁에 갇혀 애초에 기대했던 ‘녹색성장’에 대한 논의는 명함조차 못 내미는 상황이 이어졌다. 올 여름 계속되는 비 소식에 한국이 아열대 기후로 바뀐 것 아니냐는 가십성 논의들은 있어도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향후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그린 카, 그린 홈 등의 분야에서 어떠한 전략을 추구해야할지 등에 대한 미래 탐색형 논의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며칠 전 녹색성장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그간 녹색성장 정책의 아쉬운 점으로 ‘시민사회, 지방 등 사회전반에 걸친 소통과 국민들의 생활 속 실천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인식전환 노력이 충분치 못했다’고 자체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향후 이러한 부분들을 어떻게 개선시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이 쉽게 보이지는 않는 듯하다. 그동안 4대강 사업 등 정부의 주요 녹색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논쟁에도 분명 많은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 그 동안 놓쳤던 녹색성장의 핵심에 대한 논의를 복권시켜야 할 때가 됐다. 태양전지, 바이오에너지, CO2 저감기술, 연료전지, 2차전지, 지능형 물류기술, 친환경 생태공간, 도시 재생기술등 각종 친환경 녹색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열리고 있는 세계시장에 대한 이야기들이 녹색성장에 관련된 정치적인 논쟁들만큼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공공정책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