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체감연비가 자동차에 표기된 공인연비보다 낮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봤을 것이다. 틀리지 않았다. 공인연비와 실제연비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제껏 소비자들은 자동차업체들의 ‘뻥튀기 연비’에 속아 온 셈이다.
지식경제부는 며칠 전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12개 자동차의 공인연비가 실제연비보다 평균 23.7%나 부풀려져 있다고 밝혔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2006년에 새롭게 개발한 ‘5사이클’ 방식으로 측정해보니 공인연비와 실제연비의 차이가 적게는 8.7%에서 많게는 30.3%까지 나타났다는 것이다.
A차의 경우 공인연비는 ℓ당 17.8㎞로 돼 있지만 실제연비는 이보다 30.3%나 낮은 ℓ당 12.4㎞에 불과했다. B차도 마찬가지. 공인연비는 ℓ당 18.0㎞이지만 실제연비는 ℓ당 12.7㎞밖에 되지 않았다. 공인연비에 비해 29.4%가 낮다. C차 역시 ‘5사이클’ 측정 결과 실제연비는 ℓ당 6.7km로 ℓ당 8.7km인 공인연비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두 연비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는 공인연비 측정 방식이 변화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공인 연비 측정 방식은 40여 년 전인 1975년 개발된 것으로 시내 주행만으로 결정한다. 교통량이 많아지고 도심도 복잡해진 데다 히터, 에어컨 장착 등이 보편화한 현실과 한참이나 동떨어져 있다.
지경부는 ‘뻥튀기 연비’가 사실로 드러나자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공인 연비 측정을 미국처럼 ‘5사이클’ 방식으로 고치겠다고 한다. 시내주행뿐 아니라 에어컨을 작동하고, 급가속이나 급감속, 혹한기나 고온상태를 가정하는 등 다섯 가지 상황을 두루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두 연비 간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진즉 알고 2003년에도 개선안을 마련했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의 반발에 밀려 손을 들었다. 업계의 편의를 봐주느라 국민들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