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속수무책이다. 마치 궤도를 벗어난 롤러코스터처럼 밑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도 롤러코스터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겁에 질려 겨우 신음소리만 내지르고 있다. 불과 일주일 남짓 사이에 반토막으로 떨어진 종목도 속출하고 있다. 종목에 따라 기술적인 반등을 기대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으로 손실을 만회하기에는 이미 늦어 버린 상태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어 유럽 각국의 재정적자 상황이 갈수록 악화됨에 따라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일단 위험요인이 많은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고 보자는 투매심리가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 외환위기에서 벗어난지 불과 2년여 만에 다시 더블딥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음도 끊이지 않는다. 불확실성의 우려가 두루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증시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매에 앞장서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도 일단은 한발짝 물러나 있는 듯한 분위기다. 외국인들이 끊임없이 뱉어내는 매도물량을 그대로 소화하기에는 돈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결국 개미 투자자들만이 섣부르게 매수에 나섰다가 낭패에 직면한 상황이다. 더욱이 신용자금으로 주식을 사들인 경우에는 반대매매에까지 부딪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우리 증시가 위기상황 때마다 곤욕을 치르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외국유입 자금의 집단적인 ‘셀 코리아’ 움직임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 비율도 32%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따라서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내면 주식시장 전체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외국인 투자 비율이 높은 대만도 요즘 증시가 난관에 봉착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우리와 비슷한 이유다.
외국자금의 투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건강하고 활성화되어 있다는 지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기초체력의 한계를 넘어서 바깥 자금에만 매달리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특히 투기성 자금이 몰려들 경우에는 국부의 유출만 초래하기 십상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자금의 놀이터로 전락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