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어린이집 가방은 요새 늘 부산하다. 어느 날 다녀오면 사탕이 들어 있고, 또 어떤 날은 머리핀, 뽀로로 음료, 혹은 빵이나 스티커 같은 선물이 들어있다.
“이게 뭐야?”라고 물으면 “아무개 친구가 준 거야”라고 대답한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반 친구들에게 선물을 돌리는 이유는 동심의 눈으로 보자면 좋아하는 반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라고도 볼 수가 있겠다.
한데 딸아이와 장을 보러 가면 아이는 과자코너에서 사탕봉지를 만지작거리며 “이거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 줄 거야”라며 내 기색을 살핀다. 다행히 그 바람은 아직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 왜냐하면 아이는 선물 돌리기를 자발적인 기쁨이라기보다 지기 싫은 숙제로 느끼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꼭 물건을 사서 줄 필요는 없어. 우리 대신 친구들에게 예쁜 편지를 써서 나눠주자. 훨씬 더 기뻐할 거야.” 아이는 환하게 수긍해주었다.
기대하지도 않던 뭔가를 받는 것은 기쁜 일인 동시에 부담스런 일이기도 하다. 특히 엄마들에겐 누락공포가 있기에 ‘내 아이도 덩달아 그렇게 안 하면 교우관계에서 소외당할까’라는 확대해석까지 한다. 워킹맘의 경우 신경 못써서 죄책감마저 들 수가 있다. 그러면서 물밑으로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묘한 경쟁과 비교를 한다.
고작 다섯 살 짜리들도 소외감, 결핍감, 서운함, 긴장감, 상처, 이런 것들을 다 알고 느낀다. 가뜩이나 험한 이 세상, 이상한 것, 비상식적인 일도 많은데, 그런 허허벌판에서 어른들은 부드러운 아이들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 버거운 현실정보들을 마구 집어넣으려 한다. 하지만 아이는 최선을 다해 안 좋은 건 안 보게 하고, 안 좋은 건 안 겪게 하며 상처 없이 키워야 한다.
부모가 최선을 다 못한다면 주변의 공동체가, 그걸로도 모자라면 국가가 나서서 아이를 안심시켜줘야 한다. 아이에겐 몇 겹의 백업 플랜이 필요하다. 취약한 아이들을 허허벌판에 내놓고 ‘이것이 네가 감당해야 할 현실이야’라는 이유로 강하게 키운답시고 내동댕이치는 어른이 돼선 안 되겠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