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은 끝내 열리지 못했다. 투표율이 25.7%에 그쳐 개함 요건(33.3%)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표가 무산된 자체로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분명하다. 복지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뚜렷한 입장 차이를 과연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부자 동네와 다른 동네와의 투표율 차이는 예상대로였다. 전면적인 무상급식 실시 여부를 묻는 서울시 주민투표에 미리부터 관심이 쏠린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복지정책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는 마당이다.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문제를 비롯해 반값 아파트, 노인복지, 영유아의 무상보육 등이 논란에 오르고 있다. 복지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눈앞의 재정적자를 어떻게 메워야 하는지가 또 다른 문제다. 포퓰리즘에 편승했다가 곤경에 처한 서유럽 국가들의 사례가 그것을 말해준다.
이런 논란은 내년의 총선과 대선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이 틀림없다. 아니,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오는 10월 치러지게 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부터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국민복지의 확대를 위해 이른바 ‘부자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논란도 그 연장선상에서 펼쳐지고 있다.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의 논란이다. 빈부의 양극화로 인한 결과다.
이래서는 사회 계층간의 막연한 적대의식만 키우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이미 부자 동네의 투표성향이 집중적인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회 전반의 공생복지, 동반성장이 강조되면서도 실제로는 딴판인 것도 불만 요인이다. 재벌기업의 전횡, 고소득 전문직의 지능적인 탈세가 그러한 사례다. 거기에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과 편법적인 재산형성 및 군복무 혜택 의혹까지 들춰지는 상황이다.
치솟는 전셋값과 마이너스 통장을 걱정해야 하는 일반 서민들로서는 선뜻 인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정책 투표를 실시한다면 결과는 늘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기득권층의 선심성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니다. 법과 원칙에 따른 최소한의 공정사회다. 복지정책도 그러한 바탕 위에서 이뤄져야만 한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