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박찬호는 일본에서 은퇴하는 게 낫다”고 했다. 심심치 않게 제기되던 한국 복귀설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사실 박찬호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한국에서 장식하기에는 난관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박찬호만을 위해서 ‘특별법’을 만들어주기도 어려웠다. 조직의 생명은 규약이고, 규약은 쉽게 예외를 두면 안 된다는 게 국내 야구계의 중론이다.
박찬호는 한국 프로야구팀 입단에 대해 말을 여러 번 바꿔왔다. 지난 겨울 일본 오릭스 입단 기자회견 당시 실망한 야구팬들을 의식한 듯 “은퇴는 한국에서 하겠다. 그날은 내가 한국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날”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내년에 한국에서 뛰겠다고 한 적이 없다” “특별법이 있으면 몰라도 그냥 한국에 가기 쉽겠나”며 입장을 전환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박찬호가 한국에서 뛰려면 신인 드래프트 신청을 한 뒤 연고 구단이 지명을 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뛰고 싶다던 박찬호는 한 번도 드래프트 신청을 한 적이 없다. 올해 역시 그렇게 흘러갔고, 박찬호의 국내 무대 활약 가능성은 그렇게 사라진 것이다. 올해 38세인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까닭에 내년 시즌 오릭스 잔류 확률도 매우 낮아진 상태다.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면 일본 내 다른 구단이나 미국 마이너리그를 알아봐야 한다.
자존심 강한 그가 어떤 선택을 할 지는 미지수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전격 은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사실 은퇴 장소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누가 뭐라 해도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124승은 빛이 바래지 않는다. 한국 선수들의 빅리그 진출 문을 열어 제쳤다는 점에서도 그의 위상은 한국 야구사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