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세계 각국의 벤처기업들이 모여들고 있다. 칠레 대통령 세바스찬 피네라는 여러 개발도상국과 마찬가지로 능력 있는 젊은이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 현상이 결국에는 국가 전체의 기업가정신과 혁신정신의 결핍으로 연결된다고 규정하고 이와 같은 고질적인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2010년 ‘스타트업 칠레’라는 프로그램을 발족 시켰다.
수도 산티아고에 미국의 실리콘벨리와 같은 글로벌 기술 집적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칠레 정부는 40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2014년까지 1000명의 기업가를 자국에 유치하겠다는 목표 하에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이와 같은 창업환경 조성을 통해 자국의 유능한 청년들의 해외 유출을 막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산티아고를 세계 각국의 창업 이민자의 허브이자 남아메리카의 혁신과 창업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칠레 정부의 야심찬 프로그램에 각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산티아고는 이미 상당부분 창업과 관련된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췄다. 미국의 그루폰이 1억 달러에 인수한 ‘클란데스쿠엔도’와 같은 뛰어난 IT 벤처기업들이 들어섰고, GE, Oracle, Yahoo 등 거대 다국적 기업도 사무실을 갖고 있다. 또한 칠레의 주요 대학 5개가 산티아고 내에 위치해 있고 각 학교는 ‘칠리콘벨리’에서 필요한 숙련된 인력을 공급 할 수 있는 교과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물론 벤처캐피탈들도 이 곳에 모여 있다. 시범적으로 운영했던 2010년 스타트업 칠레에는 전 세계 14개 나라에서 22개 팀이 선정돼 6개월 동안 사무실과 4만 달러의 초기자금을 지원 받았다. 올해에는 첫 번째 선발에 30개국에서 87개 벤처기업이 선정됐고 7월에 열린 두 번째 선발에는 100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650여개 팀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우리 정부도 좋은 창업지원프로그램을 차근차근 갖추어 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그 지원범위가 ‘스타트업 칠레’에 비해 제한적이다. 국민의 세금을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 혹은 외국에서 창업할 사람에게 지원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욱 멀리 바라본다면 분명 다시 한 번 차분히 따져 보아야 할 대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공공정책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