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추석을 맞는 마음들이 그렇게 넉넉하거나 가볍지만은 않은 것 같다. 계속되는 불경기와 치솟는 전셋값에 대학을 마치고도 아직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 실업자도 적지 않다. 차례상을 차려야 하는 주부들로는 훌쩍 올라버린 물가가 걱정이다. 유별났던 집중호우와 폭염의 들쭉날쭉한 여름철 날씨에 농사가 순조롭지 못한 탓이다.
예년의 비용으로는 과일과 채소, 나물 등 제수용품을 마련하기에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사과나 배를 집어들고 살까말까 망설이는 주부들의 표정이 난감하기만 하다. 조상님들의 음덕을 기리고 가정과 고향의 푸근함을 떠올리기에 우리 생활이 너무 팍팍해졌다는 얘기다. 백화점의 선물배송 창구가 붐비고 있다지만 일반 서민들의 생활은 여전히 다람쥐 쳇바퀴나 마찬가지다.
물가난으로 아파트 이웃끼리 한꺼번에 장을 봐서 필요한 만큼씩 나누거나 교환하는 새로운 풍속도까지 생겨났다. 차례 음식을 장만하는데 있어서도 장남 집에서 송편과 만두, 고기산적, 전 등을 모두 마련하던 그동안의 관례 대신에 형제들이 음식을 하나씩 맡아 준비하기로 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서로 아쉬운 대로 경제적 부담과 일거리를 덜려는 알뜰 지혜다.
귀성을 준비하는 경우에도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행선지가 같은 사람들끼리 카풀이나 렌터카를 공동으로 계획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역시 고유가 시대의 대응 방안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귀성 열차표를 매집해 암표거래로 톡톡히 한몫을 챙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선물 꾸러미의 실속은 없는데도 포장만 그럴싸하게 꾸며 소비자들에게 마구 바가지를 씌우는 장사꾼들이나 똑같은 얌체족임은 물론이다.
그래도 우리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계절이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사실이다. 설령 직장에서 받은 보너스가 두둑하지 못했어도, 이번 연휴에 남들처럼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한다 해도 추석의 둥근달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비추기 마련이다. 당장은 처지가 어려울지언정 고맙고 차분한 마음으로 민족의 명절을 맞이하려는 스스로의 여유가 필요하다. /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