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또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각국의 재정적자 문제에 경기침체까지 겹침으로써 발목을 잡힌 것이다. 이로 인해 주요 국가의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물론 환율도 급격한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듯한 모습이다. 드디어 세계 경제에 더블딥(이중침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유럽은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로존을 살리려는 자구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또한 백악관과 정치권이 총동원되고 있으나 중구난방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세계 경제가 침몰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아닌가 하는 불안과 긴장감이 확대되는 실정이다.
문제해결 방안으로 재정위기에서 허덕이는 나라들을 구제해줄 것이 아니라 차라리 디폴트(국가부도)시켜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가장 우선순위에 드는 나라가 그리스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일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에서도 연쇄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게 되어 세계 경제가 더욱 걷잡을 수 없는 불확실성의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도 무시하기가 어렵다.
한국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국면이다. 재정적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7년의 경우 298억 달러였던 재정적자는 2009년에는 2977억 달러로 치솟았다. 12년 사이에 무려 10배로 늘어난 것이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지표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우리의 재정적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대외채무에서 차지하는 정부 부문의 비중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으므로 아직 괜찮다고도 하지만 위험 요인은 자꾸 누적되고 있다. 내년의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겨냥한 정치권의 선심 공약도 늘어날 것이 뻔하다. 국가부도에 직면한 그리스의 경우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볼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