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는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 보유자다. 2007년 여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리버풀로 이적한 그는 3년 반 동안 리그 최고의 저격수로 인정받았다. 특히 스트라이커로서 지닌 공간 창출과 천부적인 마무리 능력은 원톱의 교과서라는 찬사를 받았다. 첼시는 지난 1월, 공격력 강화를 위해 토레스를 영입하며 리버풀에 5000만 파운드(약 880억원)를 지불했다.
하지만 첼시 이적 후 8개월 동안 토레스가 남긴 기록은 처참하다. 2010~2011시즌 후반기 동안 18경기에 나서 단 1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첼시 팬들 사이에선 “거금을 주고 데려왔는데 전성기가 끝난 상태 아니냐”며 원성이 이어졌다. 몸값에 대한 거품 논쟁도 본격화됐다.
2011~2012시즌을 시작하는 토레스는 자존심 회복을 위한 성과가 필요했다. 새롭게 첼시의 지휘봉을 잡은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은 30대의 드로그바와 아넬카 대신 토레스를 중심으로 공격진을 재편하며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새 시즌에도 그는 고개 숙인 남자다. 시즌 초 중요한 기회를 번번이 날리며 헤맸다. 19일 맨유와의 맞대결에서 감각적인 골을 터뜨렸지만 이어진 기회에선 골키퍼까지 제치고도 공을 텅 빈 골대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차 조롱거리가 됐다. 24일 스완지 시티전에선 전반 29분 선제골을 넣은 뒤 전반 39분 상대 선수에게 불필요한 태클을 가했다가 곧바로 퇴장을 당했다.
부진에서 완전히 탈출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평정심을 잃은 토레스는 스스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가 경기에 나올 수 없는 동안 부상에서 돌아온 드로그바는 다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드로그바가 맹활약하면 다시 경쟁 관계로 돌아가야 한다. 토레스에겐 주중 열리는 챔피언스리그가 기회다. 스스로 만든 위기를 챔피언스리그에서 만회하지 못한다면 그를 둘러싼 ‘먹튀’ 논쟁은 재점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