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돈과 관계없는 일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만만디(慢慢的)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돈이 개입되는 문제가 눈앞에 펼쳐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행동이나 말이 한국인들보다 훨씬 더 빠른 경우도 많다. 그러니 돈과 직접 관련이 있는 공사 현장의 속도가 느긋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공기를 단축해야 한다. 또 가능하면 저렴한 자재도 쓴다. 당연히 이렇게 시공된 공사 현장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다.
중국의 일부 양식 있는 인사들이 이에 대해 계속 경고음을 울려온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이런 우려는 속속 현실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 터진 사고들만 봐도 좋다. 우선 지난 7월 말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에서 발생해 40명의 무고한 인명을 앗아간 고속철도 추돌 사고가 그렇다. 돈 절약을 위한 부실 공사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단언해도 괜찮다.
27일 상하이에서 발생한 지하철 추돌 사고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다행히 40여 명이 부상하는 선에서 사고가 마무리됐으나 신호 설비의 부실시공이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덮여지지 않았다. 고속도로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최근 개통 6개월 만에 전면 보수 공사에 들어간 간쑤(甘肅)성의 톈딩(天定) 고속도로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곳곳이 패거나 함몰되는 부실시공 흔적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덕분에 대륙의 동부와 서부를 잇는 기간 교통망인 총 길이 235㎞의 이 도로는 두부 고속도로라는 불명예스런 오명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대형 건축물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컨대 지난 1월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오르도스 시의 종합경기장은 완공 6개월 만에 무너지는 쉽지 않을 진기록을 세웠다. 또 지난 7월에는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에서 건설된 지 고작 10년밖에 안 된 교량이 붕괴됐다.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기질에 혀를 내두른다. 오죽했으면 빨리빨리 자장면을 달라는 손님의 성화가 지겨워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 화교 요식업자들이 있다는 말이 나올까. 화풀이로 자장면에 침을 뱉는 업자들은 이에 비한다면 완전 양반이다. 그러고 보면 송나라의 서긍(徐兢)이 우당탕탕 일한 다음에 대충 끝내는 고려 사람들을 보고 ‘고려공사 3일’이라는 말을 한 것도 별로 이상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욕하면서 배운다고 중국인들이 요즘 딱 이 모양이다. 돈과 관련된 일은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처리한다. 곳곳에서는 날림 공사도 판을 친다. 날림 공사가 더우푸자(豆腐渣. 두부찌꺼기) 공사로 불리면서 가중 처벌의 대상이 되는데도 공사 현장에서는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한국보다 더한 두부찌꺼기 국가가 될 날이 빛의 속도로 오고 있는 것 같다.
/중국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