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나와 영화가 된 ‘슬럼 독 밀리어네어(Slum Dog Millionaire)’는 인도의 수도 뭄바이 빈민가 뒷골목에서 자란 한 소년이 TV 퀴즈 프로에 나가 1등을 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소년은 무슨 대단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로라는 지식인들도 쉽게 풀지 못한 문제를 척척 맞힌 것이 아니다. 그가 겪은 현실의 장면마다 그를 일깨운 대목이 퀴즈문제의 열쇠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교육은 책상머리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니, 도리어 그 책상머리 교육을 과감히 떠날 때 비로소 진정한 각성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소작인들이 내는 현물세를 의미하는 ‘라간’을 주제로 만든 영화 ‘라간’은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삼아 착취와 유린을 일삼을 때를 역사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도의 한 시골 마을 청년들이 3년치 라간을 면제받는가 아니면 평소의 3배 이상의 현물세를 내는가를 걸고 영국의 국가 스포츠로 제국의 자존심인 크리켓 경기에 임한다. 중요한 것은 경기의 승패가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이 마을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변모하는 모습이다.
영국의 힘에 압도되어 패배감으로 짓눌려 있던 이 마을이 자기 내부의 신분과 종교, 카스트제도의 차별을 넘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서 이미 승리한 자들의 존엄성을 보여준다. 오랜 편견과 관습의 벽을 깨어나가는 주인공의 진지한 노력은 마을 전체의 감동을 일으키면서 단결을 열매로 맺게 한다.
영화 ‘세 얼간이’는 가상의 인도 최고의 명문 공학대학에서 벌어진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나간다. 출세와 명성을 거머쥐게 하는 교육에 대한 반격은 영화를 보는 내내 배꼽을 잡게 한다. 각자의 재능이나 갈망보다는 이미 정해진 출세의 사다리를 오르게 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교육이 되어버린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그득하다.
인도가 불교와 힌두교를 나은 고대문명의 원천이라고 한다면, 인도영화는 지금 인류가 질주하고 있는 방향이 과연 의미 있는가를 묻고 있다. 현실의 속물주의가 볼 땐 얼간이처럼 여겨지는 선택과 인생이 도리어 가장 멋있는 삶이라면? 인간의 가치를 ‘몸값’이라는 단어로 측정하고 그에 따른 가격을 매기고 있는 세상에 대한 반성 없이 진정 인간을 위한 세상을 만드는 일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우린 너무도 타락한 욕망에 익숙해있다.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