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사과
역사를 뒤흔든 사과들이 있다. 이브의 선악과와 뉴턴의 사과, 빌헬름 텔의 사과가 그것들이다. 혹자는 여기에 세잔의 사과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각 과학과 신화, 문학과 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사과들이다.
그 외 백설공주의 사과와 스피노자의 사과 역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사과라고 할 것이다.
6일 후대인들에게 뚜렷하게 기억될 사과의 주인공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애플의 설립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애플사의 로고에 얽인 일화는 다양하다. 설립초기 누군가 사무실 책상 위에 먹다 만 사과를 올려놓은 것이 로고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의견도 있고, 최초의 컴퓨터 고안자인 앨런 튜링의 사과에서 연유했다는 주장도 있다. 성적소수자였던 튜링은 말년에 우울증에 시달리다 사과에 독을 주사한 뒤 한 입 배어먹고 자살했다.
아무려나 이제 사람들은 애플사의 로고를 혁신과 창의적 마인드를 상징하는 스티브 잡스의 사과로 기억할 것이다.
#글쓰기와 마라톤
“나이 드는 것은 등산하는 것과 같다, 오르면 오를수록 숨은 차지만 시야는 넓어진다.”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에서 한 말이다.
글쓰기는 어떤가? 쓰면 쓸수록 쉬워질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기교는 늘지 몰라도 깊이와 울림은 쉽사리 뽑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유와 사변의 군더더기를 덜어내며 명징한 표현을 만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420자 칼럼, 처음엔 그저 썼다. 아이디어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고, 근면과 성실을 칭찬하는 사람도 있었다. 요령부득 매일매일 썼다. 거기까지가 딱 내 한계인가 싶다.
점점 힘이 빠지고 회의가 밀려든다. 왜 쓰는가? 왜 여태 이모양이꼴인가? 왜 더 좋은 글을 쓰지 못하는가?
신물처럼 역류하는 질문들과 마주할 자신이 없다. 지금은 미봉책으로 지미 카터 흉내로 넘기지만 언제 다시 고꾸라질지 모르겠다.
“글쓰기는 마라톤과 같다, 달리면 달릴수록 숨은 차지만 목적지는 가까워진다.”
/‘유쾌한 420자 인문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