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욕에선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한창이다.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이 시위는 상위 1%의 ‘가진 자’가 90%의 부를 독점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거부반응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프로 스포츠, 특히 샐러리캡이 없는 야구에서도 이런 불공평한 현상은 자주 목격된다.
메이저리그의 상위 1%는 역시 월가와 뉴욕을 기반으로 한 양키스다. 엄청난 씀씀이로 스타들을 싹쓸이하는 행태는 악명 높다. ‘악의 제국’이란 별칭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이들의 정반대엔 ‘야구판 점령 시위’라도 하고 싶은 구단들이 있다. 플로리다 중부에 위치한 탬파베이 레이스는 이들의 대표격인 팀이다. 98년 창단 후 첫 10년간 하위권에만 머문 이 팀은 최근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현명한 투자, 장기적인 선수단 관리, 그리고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운영으로 ‘메이저리그의 모범’으로 발돋움했다. 최근 4년간 3차례나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올해에는 시즌 막판 기적 같은 역전극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시즌을 마친 현재 이들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채 2만명도 돼지 않는 평균 관중(30개 구단 중 29위)에서 보듯 이들의 매출은 보잘 것 없다. 연봉 총액 4100만 달러는 1위 양키스(2억 200만 달러)의 20%에 불과하다. 그나마 내년에는 이 숫자를 더 줄여야 운영이 가능할 판이다.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인기가 오르지 않는 데야 당할 재간이 없다.
역설적이게도 탬파베이 구단주 스튜어트 스턴버그는 그렇게 지탄을 받는 월가 출신 금융인이다. 그곳 투자은행에서 큰 돈을 벌어 야구단을 인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야구판에선 ‘없는 자’의 설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 요즘 그는 연고지 이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월가식 구제금융’ 방식처럼 메이저리그가 자신들을 돕지 않으면 팀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협박도 불사한다.
월가 은행들은 어쨌든 기사회생해서 세상의 돈을 주무르고 있다. 탬파베이는 과연 어떤 운명을 맞을 것인가. /미국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