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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왜 일본은 잡스의 애플을 넘을 수 없었을까?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 맥못추는 일본업계 잡스의 신화와 일본 IT업계의 실패 명암 엇갈려 잡스 사망 계기로 쇠락의 원인 집중 분석 눈길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의 사망은 전세계 IT업계에 커다란 슬픔과 충격을 안겨줬을 뿐아니라 향후 업계의 판도에 불투명성을 증폭시켰다. 절대적인 CEO가 떠난 애플에는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지만 그의 창조성에 기를 펴지 못하던 경쟁업체들에게는 반격할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잡스의 사망은 일본 IT업계에 ‘지난날의 아픔’을 되새기며 반성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소니를 필두로 한 일본 업체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IT시장을 리드했다. 그러나 지금 일본 업체들은 애플 삼성 LG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걸어온 발자취는 일본 업체의 ‘쇠락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아이팟은 소니의 워크맨이 수십년전에 누렸던 영광을 아련한 추억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이팟은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는 방법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바꿔 버렸다.

일본 언론들은 잡스의 사망을 계기로 일본 IT산업의 침체 원인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지난 10월 7일자 일본 아사히신문은 ‘애플을 넘을 수 없는 일본세(勢)’라는 제목으로 ‘왜 일본에서는 애플이 탄생할 수 없었을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 혼자서 해결하는 ‘자전주의’가 일본에 ‘독’

“판매 방법이 뛰어날 뿐. 일본에 없는 독자적인 기술 따위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는데….” 애플이 신상품을 히트시킬 때마다 일본 업체들은 이러한 한탄조를 토해냈다. 하드웨어는 일본제품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색이 없었지만 잡스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애플과 일본 업체간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신문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일본식 ‘자전주의(自前主義)’에서 찾았다.

일본 업체들은 주요부품의 개발부터 완성품의 조립까지 모든 것을 직접 해결했다. 전과정을 직접 해결함으로써 상품의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품의 디지털화가 가속화하고 동일한 액정패널과 반도체를 한데 모아 간단히 비슷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본업체들은 경쟁력을 잃게 됐다.

반면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전세계의 업체들로부터 부품과 기술을 모은 뒤 상품의 조립은 비용이 싼 대만 업체 등에 맡겼다. 제품 생산에 고민하는 대신에 스티브 잡스는 상품의 디자인과 서비스 등의 구성에 몰두하며 차원이 다른 ‘애플 월드’를 구축했다.

NTT도코모의 전 집행임원이었던 나쓰노 쓰요시 게이오대 특별초빙교수는 “잡스는 스스로 정보를 모으고 최종 제품의 이미지를 굳혔다”면서 “일본에는 소재도 부품도 기술도 있지만 혁신적인 상품이 나오지 않는 건 경영층의 능력 결여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 추구하는 ‘질(質)의 세계’가 달랐다

10월 10일자 아사히신문은 후지사키 게이이치로 도쿄예대 교수의 칼럼을 통해 잡스가 추구한 ‘질(質) 높은 체험의 세계’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칼럼은 잡스가 세계 IT산업을 리드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을 ‘차원이 다른 체험(體驗)의 질(質)’에서 찾았다.

‘질 높은 체험의 세계로’라는 제목의 이 칼럼에서 후지사키 교수는 ‘제품에도 질이 있지만 체험에도 질이 있다’고 서두를 꺼냈다.

일본 업체들이 철저히 제품의 질을 쫓아 ‘세계 최경량’ ‘세계 초박형(超薄型)’ 등을 주창하며 고품질의 제품 개발에만 매진할 때, 애플은 사용자의 질높은 ‘체험’을 끊임없이 추구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 업체들은 ‘좋은 제품 만들기를 고집하면, 필연적으로 사용자에게 좋은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어왔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제품의 질을 높이는데 매달리는 ‘고다와리(고집)’ 정신은 일본인들의 전매특허나 다름없었다.

제품자체만 잘 만들면 된다는 일본 업체들의 생각은 기술혁신과 함께 급변했다. IT산업은 기술혁신이 너무 빠르다 보니 ‘제품생산에 매달리면 질 높은 체험을 얻을 수 있다’는 전통적인 도식이 성립하기 어려워졌다. 최신형 컴퓨터도 몇년 후에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되어버린다. 제품의 성능이 질 높은 체험을 제공하는 것은 발매한 뒤 고작 2~3년정도에 그친다.

퍼스널 컴퓨터와 휴대전화의 기술혁신은 현대인의 생활을 크게 바꿔놨다. 후지사키 교수는 “사용자가 IT제품에 바라는 것은 속도와 쉬운 사용법뿐만 아니라 ‘다음은 우리들에게 어떤 체험을 시켜줄 것인가’라는 기대감이다”라고 지적한다. 대중의 기대를 직감적으로 간파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스타라고 한다면 잡스는 바로 그런 스타였다는 것이다.

잡스는 마우스를 발명했다거나 퍼스널 컴퓨터를 최초로 판매했다거나 스마트폰을 탄생시킨 원조는 아니었다. 그러나 잡스는 직감적으로 마우스를 조작해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할 수 있는 컴퓨터(매킨토시)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고, 컴퓨터를 전자계산기에서 ‘창조의 엔진’으로 바꿔버렸다. 아이팟을 만들어 음악 듣는 방법에 혁신을 가져왔고, 아이폰으로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를 펼쳤다.

후지사키 교수는 “잡스는 경영자로서는 드물게 엄격한 심미안을 발휘해 뛰어난 디자인 제품을 세계에 내놨다. 제품의 질이라는 것이 잡스에게 있어서는 질 높은 체험만들기를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맥킨토시를 켤 때의 설레임, 아이폰과 아이팟의 부드러운 화면을 조작할 때의 쾌감, 애교있는 사과 로고가 주는 안심감, 그리고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차기작을 스스로 발표할 때 ‘어떤 체험을 시켜줄 것인가’하는 기대감의 연출…. 이러한 과정은 잡스라는 천재적인 경영자가 있음으로 해서 가능했다.

정리하자면 일본 업체들이 ‘제품의 질’이라는 기존의 틀에 매달려 있는 동안, ‘체험의 질’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혁신을 이룬 것이 잡스 신화의 원동력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전통적인 제품의 생산방식과 발상에 안주한 것이 일본 IT업체 쇠락의 주된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잡스의 사망을 계기로 지난날을 성찰하는 일본 IT업체들이 과연 옛 명성을 회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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