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범야권 박원순 후보는 지난 4일 청계천 희망나눔 걷기대회에서 만나 “정책 선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다짐은 오래가지 않았다. 복지 확대, 서울시 부채 축소 등 공약 경쟁을 하는가 싶더니 지난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부터 양상이 확 바뀌었다. 진흙탕 싸움으로 변한 것이다.
나 후보 측은 박 후보의 대기업 후원금 모금, 병역 기피 및 학력 허위 기재 의혹, 대북(對北)관 등에 대한 공세를 퍼붓고 있다. 박 후보 측도 나 후보의 재산증식 문제와 사립학교법 반대 의혹 등을 지적하며 맞받아치고 있다. 급기야 박 후보 측이 지난 주말 박 후보의 하버드대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과 무소속 강용석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명분은 ‘철저한 검증’이다. 그러나 속내는 상대방 흠집 내기라는 걸 유권자들은 다 안다. 걱정은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네거티브 캠페인은 한층 극성을 부렸다. 막판 부동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큰 차별성이 없는 공약 경쟁보다는 부정적 정치 선전이 보다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유혹’에 빠져드는 때문이다.
특히 여야가 서울시장 보선을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의 전초전으로 보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야의 거물급 대선주자들이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치는 까닭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볼썽사나운 네거티브 캠페인으로만 흐를 가능성이 큰 이유다.
서울시민이 나서야 한다. 서울시장 보선은 ‘정치선거’가 아니라 치솟는 물가, 전월세 대란, 고용불안 등 서울 시민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소해줄 것인지, 수도 서울의 경쟁력은 어떻게 높일 것인지 등, 천만 서울 시민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다. 흑색선전이나 현실성 없는 공약에 흔들리지 말고 생활밀착형 일꾼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유권자가 변해야 정치도 변한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