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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들의 감각(Common sense)

“사람이 센스가 있어야지 말이야” 하고 말하면, 이건 “눈치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센스 대신 눈치라는 말을 쓰면, 분위기가 다소 달라질 수 있다. “눈칫밥”이라거나 “눈치를 살핀다,” “눈치를 주다”나 “눈치를 채다”는 “센스가 있다”는 것보다 훨씬 다채롭고 풍부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이 센스라는 말은 서구에서는 다소 독특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그 사람의 위상이 이성이나 지식에 의해 평가되는 상황에서, 센스의 힘을 내세우는 것은 현실을 비판하는 뜻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인 오스틴이 1811년에 발표한 ‘감각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이라는 소설도, 남성들의 지적 우월감을 압도할 수 있는 여성들의 감성적 능력의 힘을 일깨우고 있는 셈이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고 체득하는 인식의 세계가 훨씬 의미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상식’이라고 번역되고 있는 ‘Common sense’는, 보다 정확히 번역해보자면 ‘평민적 감성’ 또는 ‘보통사람들의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로 ‘common’이라는 말이 평민(common people)과 관련이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귀족이나 특권 계급 내지는 지식인 집단이 가지고 있는 지적 우월감에 대한 평민들의 도전이 담겨있다. 누가 따로 가르쳐 주지 않아도 이미 감각 자체로 존재하고 있는 평민들이 주도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을 예고한 장본인이 바로 이 상식이라는 말을 널리 퍼뜨린 토마스 페인이었다.

미국 독립혁명에 기여한 그가 쓴 ‘상식(Common Sense)’은 왕정체제를 당연한 일상처럼 여기고 있는 영국의 전근대적 현실에 대해 평민들의 감각이 시대적 상식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배계급의 지식이란 이들 보통 사람들이 감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며, 결국 평민들이 몸으로 깨우친 상식이 혁명을 이끌고 나갈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따라서 상식이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체험적 지식과 감이라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울’을 만들겠다는 정치적 선택이 서로 경쟁하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가 바로 코앞이다. 평민들의 감각이 상식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길은 무엇인지 결정해야 하는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눈치가 아닌 정치적 커먼 센스로.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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